DAY 14~17
주말이 되면 바쁘지가 않아서인건지 생각이 자주 난다
연애 초기엔 주말이면 늘 새벽같이 움직여 산으로 바다로 다녔던것 같다
내 연애로 말하자면
어렸을때 만나기도 했고 그가 가난한 신학생이어서 데이트라곤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게 전부였다
그나마 그것도 그가 신학교 졸업하고 전도사생활을 시작하고는 그와의 주말은 전부 주님께 뺐겼다
연애하고 채 3개월도 되지않아 결혼을 했다
사고를 친건 아니고 그냥 첫사랑때와는 달리 시부모님 되실 분들이 날 너무 예뻐해주셔서 (내가 이뻤다기 보다는 그냥 아들의 장가가 급해서일수도) 눈 떠보니 결혼식장이었다
결혼해서 1년은 같이 살아서 주말이 없었고 그 이후에는 주말은 시댁가는 날이어서 늘 시댁에서 지내다가 왔던것같다
아이가 태어난 후론 손주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들 성화에 더 자주 오래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또 나의 주말은 시댁에 뺏겼다
전남편은 장가가더니 효자가 되었다.
우리식구끼리 가는 나들이는 없었다. 늘 시부모님과 함께다보니 난 어딜가나 뒤치닥거리하기 바빴고 경치보다는 시부모님과 남편 심기경호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경치를 봤다
처음 강릉바다를 보고 좋아서 팔딱거리는 내가 그리 안쓰러워보였는지 연애하면서 여기저기 참 많이도 데리고 다녀줬다
그후론 한동안 주말은 나에게 소풍처럼 신나고 행복했다
여행도 좋았지만 여길 데려오려고 내가 좋아할만한것들을 고르고 내가 불편해하는것들을 미리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눈물나게 고마웠다
살면서 한번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본적 없던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따뜻함이 그렇게도 좋았다.
40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던 바다와 산을 봤다.
살면서 그렇게 상쾌한 산속 공기를 모르고 살았고 파도의 부서짐이 그렇게나 눈부신 흰색인지 모르고 살았었다.
그런 내게 그가 보여주는 한장면 한장면이 다 감사하고 행복했고 사랑받고 있는 느낌을 처음 받았었다.
그러던 그가 슬슬 우리의 주말을 다른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친구들. 친척들 ...나랑 좋았을땐 존재조차 까막득했던 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내 주말은 다시 혼자 남겨지는 주말이 되었다
알록달록 행복했던 주말에서 다시 무채색의 주말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는 내가 주던 그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있었던 것도 같고,
전남편에게서 느껴졌던 감정들이 다시 느껴지는걸로 봐선....아마도...라는 짐작만 할 뿐 확인하려는 노력은 하지않았다.
내가 복이 많은건지 지독하게 불안형의 인간인 나에게 그시간은 이별연습이자 혼자남는 적응 시간이 되었다
사랑할때조차 헤어지는걸 두려워서 시작 못하는 겁쟁이 불안형의 나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그사람은 나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사랑의 끝이 중요한 사람이었고 그는 사랑의 시작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도 나도 서로 다른 의미로 시작할때의 그 반짝거림을 즐겼던 것도 같다
문득 그가 보여줬던 야경들과 풍경들이 생각나고 그 안에 그의 미소도 함께 떠오르지만 그는 내가 이별을 고한 그와 다른사람이니 미워하지 않기로했다.
헤어지기전까지 그렇게나 나를 외롭게 방치하고 예리하게 상처냈던 기억들은 내 생존본능이 알아서 흐리게 지워가는중인가보다
처음에 죽일듯이 원망스럽고 모든 것이 그의 탓인것처럼 서러웠던 나는 이제 좋았던 기억은 좋았던 채로 변해버린 그에 대한 배신감은 또 다른 그의 모습으로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주말에 그가 없음이 적응이됐다
충분한 트레이닝 기간을 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와의 이별이 익숙해진것 같아 조금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