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8
밤 산책을 했다
바람이 시원하진 않았지만 최애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어릴적 살던 동네를 걸었다
나는 도심 속 산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가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요즘도 꿈에 나오는 본가의 모습은 이사 간 동네가 아니라 여전히 그 노란 가로등이 코너마다 박혀있는 그 달동네집의 모습이다
내가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내 30년을 구석구석 담고있던 그 동네가 재개발이 되었다
우리 동네는 참 따뜻했는데...
마을입구부터 버스정류장까지 만나는 모든사람들이 안부를 물어주고 어르신들께 고개인사만 드려도 한참일 정도로 참 정감있었는데...
그곳에서 태어나 결혼 할때까지 살았으니 동네분들 모두가 날 기르셨고 키워주셨다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시고 먹여주시고 재워주기도 하셨다
철딱서니 없는 내가 사고를 치고 장난을 쳐도 어른들은 한번도 화내지 않으시고 "최장군 손녀딸 아니랠까봐 극성스러운거봐라 "하고 웃어주셨다
그 동네에서 엄마를 떠나보내고 첫사랑과 첫입맞춤을 하고 이별을 했다.
내가 울고싶을때는 어두운 좁은 골목 구석도 내어줬다
그 동네 발이 닿는 곳마다 내 흔적들로 가득했는데.,
재개발로 내 추억도 더는 찾을 수 없게됐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고 이정표가 될 만한 건물도 남아있지 않아 이젠 완벽하게 내 추억을 강도당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같은 주소지이지만 더이상 내 기억 속에 그곳은 아니구나라는 생각했다
같은 사람이지만 더이상 날 사랑하고 아껴주던 그가 아니구나
불쑥불쑥 그토록 내가 이뻐죽겠다는 표정으로 매순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볼을 꼬집어주고
썰렁한 얘기에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의 표정이 생각나 혼자 웃을때가 있다
나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그토록 사랑스러울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늘 척박하고 메마르고 혼자서 모든 역경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했기에 사랑스러운 여자보다는 무시못할 사람으로 보여야했다
내 인생은 오랜 가뭄 끝에 갈라진 땅같아서 생명이 살 수도, 동물이 찾아오지도 않는 황무지였는데 날 사랑스럽게 봐주는 그와 있을때는 노란 후리지아가 가득 핀 향기 가득한 꽃밭같았다
그 기억이 너무 행복해서 아마도 변해가는 그를 더 불안하게 잡아끌어 그 자리로 돌아오라구 재촉했던것 같다
남자에겐 지나간 추억이었지만 여자에겐 평생 영원하길 바랬던 멈춰주길 소원했던 찰라였다
재개발로 흔적없이 사라진 내 동네와 전혀 다른사람이 되어 내 흔적을 지워버린 그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사람은 날 그토록 아껴주던 그와 다른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헤어짐을 결심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끝끝내 이기적이었던것 같다
여전히 그 기억을 놓치못해 나만 사랑해주길 바라는걸 보니 이기적인게 맞는것 같다
그리하여 이 헤어짐에 또 하나의 정당한 이유가 생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