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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Mar 01. 2021

시몬스 광고를 보면 왜 화가 날까

요새 이래저래 광고 볼 일이 별로 없는데, 몇 번 안 간 영화관에서 갈 때마다 시몬스 광고가 연달아 나왔다. 이 광고 시리즈는 볼 때마다 짜증이 치미는데,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하는 라디오 광고 이후로 처음이다.


내가 정말 싫어했던 시몬스 광고는 전철과 마트를 배경으로 한 광고였는데, 최근 하품하는 광고가 나오면서 다시 화제가 되는 것 같았다. 인터넷을 보니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았고 예상대로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품 광고의 경우에는 흑백 화면과 음울한 배경음악에 대한 거부감도 커보였다.) 누구는 어떠한 혐오 코드가 시몬스 광고에 숨어있는 것이냐며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나 역시도 왜 이 광고가 이토록 싫은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지금까지의 브랜드의 결을 고려하지 않은 급발진

2. 안 좋은 류의 노이즈 마케팅인데, 예쁜 영상과 배경음악을 입혀 멋있는 광고인 척을 함

3. '바이럴 해졌으니 좋은 광고다'하는 옹호자들이 나올 것 같음




광고를 브랜딩의 관점에서 얘기하였을 때, 브랜딩은 쌓아나가는 것이고 소비자와의 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달 방식이 꼭 친절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뭘 하려는 것인지 이해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논이 최현석이나 안정환을 활용하여 익살스러운 광고를 내놓았을 때에도 장난스러운 이미지가 가미되었지만 카메라 브랜드라는 본질은 유지되었고, SSG의 '쓱' 광고도 앱을 통해 쉽게 쓱 구매할 수 있다는 서비스의 낮은 접근성을 강조하여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몬스는 전철 배경의 광고도 마트 배경의 광고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로 알 수가 없고 소비자들이 유추해야 한다. 그 불친절함이 힙(Hip)하기보다 자아도취적이고 허세처럼 느껴졌다. (아니, 'Manners maketh comfort'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노이즈 마케팅이 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싫은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게으른 광고다.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광고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배경음악도 없고 모노톤으로 읊조리는 목소리만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바이럴을 노린 것이 너무나도 명백했는데, 이런 저질 광고를 (대체로 버스를 타면서) 피하지 못하고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에 화가 났다. 당연히 불편한 소리를 반복해서 들려주면 사람들은 '뭐야'하고 들을 것이고,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가 뭔지 모를 모호한 메시지를 내보내면 신경이 쓰일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은 그걸 몰라서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게 좋은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안 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기어이 해버렸다. 미대를 다닐 때 교수님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들은 일단 그림 사이즈를 크게 하고 빨강을 사용하라고, 그러면 임팩트는 일단 따고 들어갈 수 있다고 농담으로 말씀하셨다. 시몬스는 모두가 알지만 안 하고 있는 크고 빨간 그림을 그린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좋은 캐치프레이즈도 있고, 국내 인지도도 잘 확보해놓아서 얼마든지 좋은 광고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 1년 차들이 '오 이거 좋지 않아?' 할만한 어설픔이 묻어 나오는 아마추어스러운 아이디어를 그대로 활용한 광고가 나와버렸다. 바이럴 해진 것이 좋은 광고의 척도라면 아프리카에 삭발 영상을 올리는 것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나름의 팬층이 있으니 좋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주얼 스타일에 있어서도 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몬스 광고만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Cooper Black (추정)의 뚱뚱하고 둥글둥글한 서체와 레트로풍의 비주얼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시몬스 브랜드나 제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광고의 비주얼이 해당 브랜드의 제품과 이미지와 정확하게 매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브랜드를 연상할 때에 도움은 되어야 하고 현재의 이미지에서 쌓아 올렸을 때 너무 어색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이미지를 전환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면 그 목적이 더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장난스럽고 경쾌한 이미지가 시몬스의 주 제품인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맥도날드가 활용했다면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10-20대의 주 고객층이 선호하는 코드와 맞아떨어졌을 것이고, 이케아였어도 그냥 괜찮았을 것 같다. 그런데 시몬스가 이 비주얼 스타일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제품 라인업이나 사업모델을 바꾸려는 것일까?

 

이렇게 쓰긴 했지만, 결국 시몬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광고로 인해 매출이 얼마나 오르냐일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이 광고를 비판한다 해도 수익이 크게 오른다면 이런 맥락 없는 광고의 효과는 입증되어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광고를 미친 듯이 많이 내보내고 있으니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들인 돈 대비 성적이 좋지 않아서 다음에는 좀 더 나은 광고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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