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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Jun 21. 2021

사실 조금 아쉬웠던 HYBE INSIGHT

하이브 음악 뮤지엄 방문 후기

하이브 음악 뮤지엄(HYBE INSIGHT)을 방문했다. 관람은 즐거웠고 좋은 점도 많았지만, BTS를 키워낸 하이브라면 더 잘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과 팬심으로 아쉬웠던 점도 적어본다.


앱의 적절한 활용, 그리고 씸리스 한 경험

먼저 좋았던 점부터 얘기하자면, 온라인 앱을 정말 잘 활용했고 전체적인 경험이 씸리스(seamless)하게 잘 짜여 있었다. 전시는 지하 1,2층으로 나뉘어 있어 지하 2층부터 시작되었고, 각 층별로 50분씩 관람시간이 주어졌다.

관람 시작 전에 관람객들에게 나누어준 가방의 활용이 참신했는데, 동시간대에 예약한 관람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다른 컬러의 가방을 메도록 하였다. 이 그룹은 게임미션 수행을 함께 하는 팀이기도 했지만, 한 공간에 섞여 있을 수도 있을 다른 관람객들과 구분 짓고 따로 이동시킬 때 구별하는 용도로도 활용이 되었다. (BTS 팬으로서 정말  좋게도 보라색 가방 팀에 걸려서 기뻤다.)

내 자랑스러운 보라색 하이브 가방

전시를 보는 내내 다음 구간으로 이동 할 때가 되었거나 새로운 활동이 시작될 때에 앱을 통해서 알람을 받았다. 또한 앱에서 QR 인증을 하면 액티비티에 참여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시 후에 메일로 전송해 주는 등, 앱의 활용이 억지스럽지 않고 전시 경험에  녹아있었다. AR 게임의 활용도 전시 관람 시간이 다를 수 있는 관람객들 간의 시간을 맞추는 용도로 잘 기획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영상을 보러 들어갈 때에 한쪽의 큰 벽면이 스르륵 열리면서 새로운 공간이 공개된 부분이 멋졌다. 이 공간의 중앙 부분은 바닥부터 벽면을 따라 천장까지 모두 스크린으로 되어 있고, 하이브 아티스트들이 수상한 국내외 상패들을 정말 화려하게 자랑했다. 그래픽이 마치 예전에 갔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비슷한 느낌으로 임팩트가 있었다.


근데 HYBE, 더 잘할 수 있잖아...

전시 콘텐츠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내용으로 공간을 채웠고 관람 비용 대비 준비한 것이 부실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이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던 탓인지, 소속 아티스트 전체에 해당되는 스토리를 구성해야 해서 그랬던 것인지, 어딘지 모르게 미대생 때의 프로젝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

다양한 매체를 의욕적으로 많이 사용하였는데, AR 게임을 시켜서 미션 완수를 한 팀에게 소소한 굿즈 증정, 360도 카메라를 활용하여 몇몇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공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여 음악이 제작되는 과정 표현, BTS의 <ON>을 인포그래픽으로 표현, 소리를 형상화시켜 조형물로도 만들고, 안무를 크로노 포토그래피로 만들어서 한쪽 벽면에 부착하기도 했다. 미니어처도 있었고, 시향 하는 공간도 있었고, 페이퍼 아트도 있었다. 아티스트들이 음악 제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인터뷰로 담기도 했고, 한쪽 벽면에 가사도 쓰여있고, 방시혁 PD가 줄 치면서 읽었던 <데미안>도 디지털로 볼 수 있었다. '허허... 이쯤 되니 모션 센서를 이용한 디지털 아트도 나오겠네...' 생각할 즈음에 정말로 나왔다. 떠오를 법한 콘텐츠란 콘텐츠를 가득 채운 모습에, "귀엽다"는 느낌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들었다. (물론 BTS  입장에서는 멤버들이 실물과 가까운 크기로 한쪽 벽면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는 했다.)

한 기사에서 하이브가 음악 뮤지엄을 만든 이유를 "하이브의 음악이 주는 위대한 힘과 감동을 관람객이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쓴 것을 봤다. 나는 하이브 음악의 힘은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에 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는 BTS 음악의 힘. 사실 다른 아티스트들을 잘 몰라서...) 그래서 만일 하이브 역시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부분이 더 부각되도록 공간이 기획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았다. BTS의 가사와 노래 내용들이 팬들의 마음에 울린 것은 당시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잘 다루지 않는 사회 문제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어서였고, 이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를 아우르는 강렬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전시 공간에서도 노래 가사에 관해서 다양하게 다루었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얘기할 수 있을 법한 보편적인 내용들처럼 느껴졌다. 방시혁 PD의 <데미안>을 읽으면서 가사의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시대를 관통하여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하이브가 이어가고 있음을 주제로 잡고 콘텐츠화시키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다.

또한 팬덤에 대한 얘기를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마지막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영상에서는 너무도 불확실하고 힘든 아티스트의 삶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지속할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힘을 얻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가 잠시 나오기는 한다. 미국의 Airbnb 헤드쿼터에서는 Airbnb 서비스의 주인공은 개인적인 공간을 내어준 호스트들이기 때문에 호스트의 모습과 집을 주제로 오피스 공간을 꾸몄다. 하이브 전시에서도 하이브 음악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은 팬들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담았더라면 자신들의 활동이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력도 강조하고   감동을 주었을  같다. BTS 해도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는 정말 수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었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통해 모여든 팬덤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지 않은가.

하이브 음악의 힘은 다양한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데에도 있다. 전에 <ON> 만드는 과정에서 흑인 아티스트들이 함께 콜라보를 하는 모습을 정말 인상 깊게 보았다. 음악에 열정이 넘치는 세계의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BTS 모습도 멋졌지만, 그러한 백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줬던 하이브의 유튜브 콘텐츠도 좋았다. 물론 다양한 인종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K팝에서 흔한 것일  있다. 하지만 BTS UN에서 연설도 하고, 세계의 아이돌이 되었기 때문에 백스테이지에 있는 다양한 인종의 콜라보레이터들을 언급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하이브는 양질의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한데 너무 가벼운 1차원적인 콘텐츠들로만 채워진 것이 아쉬웠다.

 대표적인 예시가 <ON>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너무 열심히 표현해 놓아 어떤 깊은 뜻이 있을  알고 한참을 보았지만, 고작   있었던 것은 '뒷부분에 정국이 버스(verse) 많구나... 지민이 파트는 중간중간에 많구나...' 정도여서 정보 디자인을 사용하더라도 이것보다는  나은 콘텐츠나 표현방식이 분명 있었을  같다. 음악을 얹어서 들을  있었던 <Sound Layers>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소리를 더하고 뺐을 때의 효과만이 아닌 누가 기타에 참여했고, 누가 보컬에 참여했는지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하나의 멋진 곡을 완성해 나가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협력하고 공을 들이는지에 대한 메시지까지도 담을  있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게 다 타게팅이 더 넓은 대중에게 맞추어져 있어, 이해하기 쉬운 가벼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렇게 기획된 것일 수도 있다. 하이브에는 BTS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통의 메시지를 만들다 보니 체험관스러운 모습이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도 충분히 다채롭고 재밌었다. 단지, BTS를 너무 좋아하고 BTS를 잘 키워준 하이브에 대한 팬심으로 뭔가 더욱더 잘 만들 방법은 없었을까 고민하며 한 명의 관람객으로서 끄젹여보았다.


P.S.

RM이 도슨트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는데 (새삼 RM 목소리 참 차분하고 좋았던...) 내용이 벽에 있는 설명과 똑같은 것이 아쉬웠다. 아티스트들이 각 섹션별로 하고 싶은 얘기를 자기 방식대로 해주는 형식도 더 퍼서널하고 재밌었을 것 같은데, 이런건 아마 쉽지 않았겠지...?


이러쿵저러쿵 불평해도 다이너마이트 뮤비 재현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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