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소담유리 Oct 14. 2020

오늘도 내 머릿속은 물음표 투성이

묻고 답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육아 9년 차에 접어든 ‘육아 꿈나무’이다. 아이들은 아직 많이 커야 하고, 언제가 끝일지 모를 아직도 많이 남은 육아의 긴 시간 앞에 서 있는 나는 육아 초보자일 뿐이다. 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있지만 서툴기만 하고, 늘 시행착오를 겪는다. 육아라는 것이 정석도 없고, 정답도 없는 것이어서 매번 오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헤매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후회도 많은 것이 육아이다. 어른들의 간혹 하시는 말씀 속에 ‘인생에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이지 쉬운 것이 없는 듯하다. 누가 내게 지금 가장 힘든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제일 힘든 것이 육아라고 말할 것이다. 나의 육아는 늘 힘들었고, 육아를 하는 내 머릿속은 늘 물음표 투성이다.    


  

 사실 육아를 하기 전엔 육아란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상상조차도 못 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을 그저 쉽게만 생각했다. 남들도 다 하는 육아가 아닌가? 그렇기에 나도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자리에 이렇게 무한한 책임감과 죄책감이 함께 할 줄 예상치 못했다. 나는 큰아이를 키우면서 정말이지 육아의 쓴맛은 다 맛보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8살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 아이를 대변해 참 많은 선택을 해야 했다. 어른이기에, 아이의 엄마이기에, 아이가 해야 할 선택까지 모두 내가 선택해서 결정지어 줬었다. 하다못해 먹는 것 하나도, 가지고 노는 장난감 하나도 엄마의 결정이 있어야 아이에게 주어졌다. 어린아이의 인생을 엄마가 다 결정지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그랬을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큰아이를 통해 참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었다. 아이에게 전집을 사준 것도, 학습지 시킨 것도, 학원을 다니게 한 것도, 심리치료센터에 보낸 것도, 농촌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것도 모두 엄마인 나의 선택이었다.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해 준 것들이다. 그중 가장 안타깝다 생각되는 것이 ‘아동 심리치료’였고, 가장 잘했다 생각하는 것이 ‘농촌 유학’이다. 나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상담을 받아야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는 내내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들었던 그 심리치료의 권유를 아이가 5살이 되어서야 큰 맘먹고 진행했다. 그러나 일 년 가까이 진행한 심리치료는 아이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오히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놀이가 아닌 치료를 받는 것임을 아이 스스로가 알게 되어 상처가 되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정서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틱이 더 심해져 가슴이 무너지기도 했다. 틱이라는 것이 심리치료 때문에 더 심해졌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아이마다 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는 그랬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걱정했던 그 농촌 유학을 통해 우리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농촌 유학을 통해 많이 밝아졌고, 틱도 눈에 띄게 완화가 되었다. 아이는 유학센터를 통해 농촌에 살면서 농촌 생활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되었다. 한 반에 10명 내외인 농촌 학교에 들어가서 큰 트러블 없이 잘 적응해 나갔다. 또한 집에서는 첫째이고 큰아이라 늘 먼저 혼나게 되고, 뭐든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것에 부당함을 느꼈었던 아이가 유학 센터에서는 막둥이 노릇을 하면서 집에서와는 반대되는 생활 속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나갔다. 또한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졌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어느 날 얼굴만 보면 싸우기만 하던 동생의 편에 서서 동생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였다. 동생의 입장을 대신해 엄마에게 당당히 부당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참 고마웠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엄마의 입장에선 너무나 흐뭇했다.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직접 느꼈으니 나에게 최고의 선택은 ‘농촌 유학’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의 선택을 통해 아이도, 엄마도 편안해졌다면, 좋은 점이 있었다면 그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30대 후반, 두 아이를 낳고 9년의 세월을 육아로만 보낸 나는 오늘도 묻고, 생각하고,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내 아이 육아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도 모두 다 물음표투성이이기에 늘 선택의 갈림길을 서있다. 이렇듯 육아도 인생도 모두 다 마찬가지로 매 순간 선택하고 행동하고,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내 아이 육아의 정석은 육아를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실전형,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미리 알아보고, 참고해서 계획을 짤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짜 놓은 계획대로 육아가 다 잘 진행되지는 않는다. 실제 나의 육아에서 그 방향성은 육아를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내 아이 육아에서는 그랬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