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리 Aug 13. 2018

'여자답게'가 아니라 '아름답게' 입고 싶습니다

01 첫 만남


안녕하세요! 저는 최유리님의 유투브 구독자입니다. 제가 옷을 정말 못 입습니다!!

주변 환경 등의 영향으로 옷에 관심이 없었는데, 근래에 스스로를 아끼고 위해주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옷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최유리님의 유투브에서, 스타일링이 너무 새롭고 재미있는 데다가, 다른 옷들과 달리, 나도 입을 수 있겠다 싶은 스타일링을 해주시는걸 보고 컨설팅을 신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다들 마른 분들만 나오셔서. 저는 안 말랐거든요. 안 마른 사람이 가면 아무래도 지금  최유리님께서 보여주시는 착장같은 분위기는 내기 힘들까요?


컨설팅 신청을 망설이던 J님은 나를 만나기 전 먼저 이런 귀여운 메일을 보내셨다. 나는 메일을 읽자마자 답장을 썼다. 고민 말고 그냥 오시라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만났다.


상담 자리에서 마주한 J님의 입에서는 매우 절도 있는 어투의 문장이 막힘 없이 나왔다. 20대 후반의 그녀에게 어떤 일을 하시냐고 묻자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고 답한다. 예상은 이미 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일을 하는 그곳의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한 편이라는 얘길 꺼낸다.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그러한 환경이 그녀에게 중요해 보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국가의 안전이나 사회 정의 뿐 아니라 여성의 인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옷에, 아니 패션에 관심이 없었을 수 밖에 없었겠다. 제복을 입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주로 고민하는 문제로부터 짐작하기에 '보여지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패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자기 표현 본능이 없지는 않다. 옷은 자기를 표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비언어적 표현 수단이니까. 자기 표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궁극적으론 패션이 아니라 옷 입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대부분의 우리가 옷 입기 또는 패션을 대하는 관점은 (혹독한 기후가 우릴 괴롭히지 않는 한) 마슬로우의 욕구 위계 중 사회적 욕구나 자기 존중 욕구에 해당한다. 셀럽 착용 잇 아이템이나 핫한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그게 요즘 인스타에서 난리 난 그거지?'라는 피드백을 받음으로 잠시의 우쭐함은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J님이라면, 셀럽 착용 잇 아이템이나 핫한 브랜드 제품으로 '나만 없던 그거 나도 샀어'라는 사회적 소속감이나 '나에게 주는 비싼 선물'과 같은 자기 존중을 경험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그래서 '패션'에 무관심했는지 모른다.


그런 그녀가 옷 입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어쩌면 꽤나 긴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직업 집단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후, 마침내 마슬로우의 위계 꼭대기의 자아 실현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패션이 아니라 '의생활'이 가능해지려면, 옷은 내 삶과 내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게 내가 오랜 쇼핑중독을 경험하고 그것에서 벗어나 지금에 이르며 얻게 된 진리이다.


그래서 난 찾아오시는 분들께 패션계의 잇 아이템이 아니라 정체성에 맞는 잇 아이템을 추천해 드리려 한다. 그것을 위해 나는 상담을 진행하며 옷과 무관한 질문을 많이도 던진다.  그녀에게도 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화가 나는 순간, 행복한 순간, 버킷리스트, 인생 영화, 좋아하는 음악, '멋있다'고 느끼는 인물......


그녀는 좋아하는 영화로 '어벤저스'와 '오션스8'를 들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한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 하나의 일을 해내는 스토리에 가슴이 뛴다고. 나는 절도있는 어투로 꺼내어지는 J님의 내면에 자유로운 영혼이 존재함을 포착했다.


전반적으로 뭔가 '말랑한' 게 내면에 있네요.


그녀에게 '말랑한' 이라는 형용사를 던진 순간, 긴장을 놓지 않던 그녀의 표정이 순박한 미소로 변했다. 한편 그녀의 '멋있다'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작품) 세계가 뚜렷한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자들이었다. 역시나 말랑하다.


'멋있다'의 다른 편에는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점을 찍음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여성 리더들이 있었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그녀의 정체성을 나누며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어떤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랑한' 내면을 가진 '투쟁가'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일단 이렇게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릴까요?


첫 만남에서 그렇게 (옷장의 컨셉이 될) 별칭의 윤곽을 잡고 우리는 헤어졌다.


사실 많은 분들이 평소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첫 상담에서 본인 이야기하기를 어려워 하신다. 그럼 난 내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그분이 망설이는 부분, 웃는 포인트, 이 컨설팅을 받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생각 등을 듣는다. 그렇게 난 그분의 정체성에 접근한다.


그러나 J님은 자신이 몸담은 특수한 조직에 순응 혹은 불응하는 내면의 자신을 마주하며 10년 이상 자신을 탐구해 오신 분이었다. 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은 막힘이 없었으며, 혼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다소 모호했던 부분은 질문에 답하며 더 분명해졌음을 밝히기도 했다.


2~4회의 만남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윤곽이 잡히고 나면, 옷을 어떻게 입을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린 다음 만남인 두 번째 만남에서 이례적으로 옷 상담으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J님에게 왠지 끌리는 룩, 버킷리스트, 옷장 속 소장 옷의 착용샷을 숙제로 내 드렸다.




02 두번째 만남


약속한 날이 되어 그녀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는 첫 상담 이후 '투쟁가'라는 명칭이 석연치 않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이런 피드백을 항상 반긴다.  옷장의 컨셉이 될, 자기 별칭은 제삼자인 나보단 본인이 정하는 것이 훨씬 더 좋으니까.  


우리가 헤어져 있는 기간 동안 우리 각자는 J님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내가 '어벤저스'의 주인공들이 지구를 구하는 과정을 보며 '함께' 뭔가 이뤄가는 것에 설렌다는 J님의 내면을 좇는 동안,  J님 본인은 다소 모호한 표현인 '투쟁가' 보단 '서프러제트(suffragette)'이길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을 말하지만, J님은 서프러제트의 정신을 이어 자신도 여성들의 권리 향상이 기여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간의 진지한 고민에 찬사를 보내는 내게 그녀는 또 하나의 고민을 꺼내놓았다.


그런데 선생님, '말랑한 서프러제트'에 맞는 옷은 대체 무엇이 될지, 저는 어떤 옷으로 저를 표현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난 '조용한 말괄량이' 답게 장난기를 보태서 답했다.


아니 그게 바로 내가 할 일인데 왜 그걸 채가려고 해요? 그리고 나까지 직장동료가 된 것 같으니까 그 말투 금지!


그렇게 깔깔 넘어가는 즐거운 수다 가운데 J님의 별칭을 '말랑한 서프로제트'로 확정했다. 별칭을 스스로 불러보라고 권했다. 몇 번 불러보더니 콧노래 섞인 웃음소리를 멋적게 내며 맘에 든다고 답한다.


이제 옷 얘길 나눌 차례. 그녀가 미리 메일로 보내준 숙제 '왠지 끌리는 룩'을 보았다.


직선 실루엣의 찢어진 데님 팬츠와 스니커즈, 데님 재킷과 바이커재킷. 그녀의 '투쟁가'적인 면이 선호하는 옷에 반영된 것 같아 재미있다. 스웨터와 레이스 스커트를 매치한 룩에선 J님 내면의 '말랑함'이 보였다.


그녀의 옷장 속 아이템을 어떻게 조합해도 서로가 조화로운 배색을 이뤄내도록 하기 위해, 우린 그날 배색 책에서 그녀의 '왠지 끌리는 룩'을 골랐다. 양떼 목장의 자연이 아름답다고 말한 그녀는, 시원한 푸르름이 느껴지는 두 개의 배색을 골랐다.


한편 '서브로제트' 님과 그날 미팅을 진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날 그녀가 내게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이 한 마디였다.


'여자'로 보이고 싶지는 않는데 저를 음....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요.

참 고민이에요. 레이스도 입고 싶고 치마도 입고 싶은데 그런 걸 걸치는 순간 제 동료들이 저를 '여자'로 대해버릴 거란 말이죠. 근데 그래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회식할 때도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저는 술 거절하지 않고 다 마셔요. 그리고 담날 반드시 정시 출근하구요.


아마도 옷을 대할 때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불편함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성별을 떠나 자신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스러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여성복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 여성스러움'인 경우가 너무 흔하다.


나 역시 쇼핑 중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점원들의 권유에 불쾌할 때가 많다. '내 내면의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움을 옷으로 표현하고 싶어'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스러움에 맞게 예쁜 옷을 입고 싶어'가 아니다.


특히나 '서프로제트' 님은 '여성성'을 단순하게 규정하는 직업 집단에서 생활하는 분이고, 그곳에서 통하는  '여성성'이 자신에게 가할 '고정관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매 순간 하고 살아오셨으니 더 그럴 수밖에.




03 '말랑한 서프러제트' 룩


옷장의 컨셉이자 클라이언트 내면의 정체성인 별칭이 정해지면 그 별칭과 체형, 왠지 끌리는 배색,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룩을 구상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그분에게 딱 맞는 아이템을 추천하기 위해 온라인 공간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사냥감(?)'을 찾는 건 늘 하는 일이지만 늘 고되다.


쇼핑리스트는 단지 아이템을 글로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쇼핑리스트를 콜라주 형태로 짠다.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그리고 쇼핑 이후에도 클라이언트 혼자서 스타일링이 용이하도록.


처음에 내가 컨설팅을 진행할 땐 콜라주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말로만 특정 아이템을 권했다. 그러나 설득은 늘 난관에 부딪혔다. 그 땐 책도 출간되지 않은 상태라 나의 스타일링 법칙을 클라이언트들이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내 관점에선 법칙을 지켜서 쇼핑하고 입어야 스타일리시해지는데,  그리고 결과적으론 새로운 시도를 해야 스타일리시해지는데, 새로운 시도는 용기가 필요한 법.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은 늘 저항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다 피팅룸에서 반강제로 받아든 옷을 직접 입어보고 나서야 무장해제.


그래서 만들어진 게 콜라주이다. 생애 최초로 시도할 '두려운' 아이템이 콜라주 안에 알차게 들어가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왜 그 뜬금없는 아이템이 그 토털룩에 필요한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


골반과 하체에 살이 있는 그녀의 체형과 늘 그녀 머릿속의 로망인 레이스를 '말랑한 서프러제트' 룩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가올 가을을 위한 첫번째 콜라주를 짜 보았다.



가죽을 사랑하는 그녀이지만 훨씬 저렴한 코팅진을 택했다. 코팅진의 소재감이 주는 저항 및 투쟁의 메시지로 '서프러제트'를 표현해 보았고, 그녀의 체형 고민을 커버하기 위해 셔츠드레스를 탑으로 선택했다. 게다가 셔츠드레스의 레이스 디테일은 지나치게 '여자'로 보이지 않는 선에서 '말랑함'을 표현한 것이라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이 레이스 셔츠드레스는 J님의 머스트해브아이템이라 생각했다.


팔찌는 '서프러제트'의 정체성을 더 잘 표현해 보는 것으로 쇠사슬 외양을 차용한 것인데 현장에서 더 괜찮은 것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두번째 룩은 치마도 입어보고 싶다고 말한 그녀의 바람을 구현해본 것이다.


그녀의 소장 아이템 착샷을 보니 무릎 아래 종아리가 날씬해서 반가웠는데 그래서 미디 길이 스커트에 도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불편한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녀를 위해 신축성이 충분한 미디 스커트를 찾았고, 화이트 블라우스를 밤색 스웨터 속에 입음으로 인해서 '분리효과(separation effect)'가 발생한 토털룩을 만들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자칫 심심할 수 있으니 배색에 맞으며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스카프도 룩에 넣어보았다.


그녀를 위해 나는 10여 개의 콜라주 작업을 했고, 쇼핑 전 그녀와 공유했다.




04 쇼핑 그리고


드디어 쇼핑의 날. 청바지에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힙색을 크로스백 삼아 두르고 온 그녀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그렇게 쇼핑을 기대해 보긴 첨이라나. 아마 이건 쇼핑 안 좋아하던 사람이 갑자기 쇼핑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처음으로 옷으로 표현할 것에 대한 기대라고 보는 게 맞다.


우린 유니클로에 들러 처음으로 '서프러제트'가 '입을 수 있을' 스커트를 시도해보았다. 소감이 어떠냐고 하니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약간 낯설어 했지만 싱글벙글. 피팅룸에서 옷 매무새를 섬세하게 정돈하진 못했지만, 내가 보기에 편안해 보이나 너무나 스타일리시해보였다.


그녀는 와인색+화이트+밤색이 이루는 배색의 조화에 매우 감탄했다. 나는 웃으며 뒤띔해줬다.


이거 '서프러제트' 님이 좋아하는 배색에서 따온 거잖아요. 우리 이러려고 열심히 배색 책 뒤져가며 좋아하는 배색 고른 거였어요!


다른 분의 컨설팅 스토리를 통해, 그리고 내 영상을 통해 눈으로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입어본 것은 첫 경험이라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유니클로에서 다양한 필수 아이템을 사고 우리는 자라에 가서 레이스 셔츠 드레스를 찾기로 했다. 검색해본 결과 우리가 방문한 매장에선 (오전까지 재고 있음이었건만) 품절이라 인근의 다른 매장으로 마치 007 작전처럼 재빨리 이동, 결국 사이즈 확인을 하고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토털룩에 여러번 등장하는 콜한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어보았고, 우연히 매장에서 발견한 훌륭한 아이템을 시도해 보는 등 매우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그날 최고의 득템 중 하나는 우연히 발견한 팔찌였는데 마침 입점 행사 중이라 가격도 저렴해서 좋았지만, '말랑한 서프러제트' 그 자체인 팔찌라 연신 나는 '예쁘다'를 연발하며 부러워했다.



화이트 스니커즈는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로 하고 토털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늘색 크로스백은 그날의 아쉬운 이별 직전 내 도움으로 직구했다.


J양은 귀가하며, 즐거운 고민을 털어놨다. 다음 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어떻게 입고가야할지 모르겠다며. 007 작전으로 구매한 레이스 셔츠드레스를 아우터로 입고 이너로 슬리브리스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스키니진을 입는 게 어떻겠냐고 알려줬다. 검정 샌들이 내 눈엔 매우 거슬리긴 했지만, 그렇게만 입고 나타나도 친구는 아마 깜짝 놀랄 거라며 싱글벙글이다.


그나저나 신발은 어떻게 못하지만, 가방은 어떻게 해야겠다 싶은 엄마의 심정으로 나는 내 화이트 캔버스 백을 빌려줬다.


다음 날, 그녀가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아름답게 입고 싶다'는 '서프러제트' 님의 말을 '내 정체성을 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말로 풀어서 이해했다. '아름답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우린 자신의 기준 혹은 자신의 정체성과 결이 같은 '미'를 목격했을 때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니 그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특정 성별에게 기대하는 특징대로 입는다는 것과 '말랑한 서프러제트' 님이 이해하는 '아름답다'는 다를 수밖에. 내 정체성을 모르는 누군가의 오지랖은 '제 옷은 제가 알아서 입을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다. 나는 그래서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분들께 반드시 말씀드린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뭐 어때?' 정신을 입는 거라고.


나는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의 머릿 속을 잠시 구경했고, 그녀의 머릿 속 '아름다움'을 스타일리시한  옷입기 법칙에 맞게 해석해서 풀어보았다. 정체성을 입으면 '행복하다'를, 정체성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면 '멋있다' 를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이 적은 옷으로 돌려입으면서도, '여자답게' 입지 않아도 즐거운, '건강한 의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 그녀가 혼자서 '건강한 의생활'을 조금 더 능숙하게 누려나갈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옷이라는 미디어로 표현된 자기 정체성을 너무도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니.


10년 후 '말랑한 서프로제트'가 너무도 기대된다. 그녀의 패션도, 정체성도, 커리어까지도!







알짜 제품 소개는 물론 스타일링 팁까지
조근조근 속삭이는 <최유리의 쇼핑레터>.
감이 아닌 생각으로  입기를 도와드려요.


https://m.blog.naver.com/sujy62/221803459109




이전 13화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은 다 못 입을 옷이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