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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박꼬박 Mar 10. 2024

첫번째 논문 투고 여정

석사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논문으로 학위도 받고 투고도 하는 것이 되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최소한 경제학계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해당 논문이 제 학위논문에 기반했다는 내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제가 작성한 논문이 같은 학교 교수님들의 심사뿐만 아니라 외부의 심사위원분들께도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더 많이 긴장되고, 한편으로 논문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네요.


작년 12월 초에 학위 논문 심사를 마치고 얼마 안 되어 12월 중순경에 투고를 완료했습니다. 어느 학술지에 낼 것인가도 중요한데, 제 연구분야인 국제무역과 관련된 학회 등의 학술지와 관련 국책연구원의 학술지 등을 찾아봤습니다. 학부생 때 해당 연구원에서 대외활동을 한 적도 있고 나름 보고서도 많이 읽었던 터라 관심도 많았던 국책연구원의 학술지로 마음이 기울어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렸고, 지도교수님도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Double-blind (나도 심사위원들을 모르고, 심사위원분들도 나를 모르는) 방식이라 저자 정보를 모두 지우고, 투고 시스템을 통해 투고를 진행합니다. 학회 학술지의 경우 학회 회원이어야 하거나 투고료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연구소의 학술지는 투고료가 없었습니다. 또, 학술지 규정에 따라 분량을 맞춰야 (10,000 words) 해서 논문 appendix의 일부를 잘라내었습니다.


처음 투고했을 때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제출하고 한 달, 두 달, 세 달 소식이 없자 거의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또, 인터넷의 여러 글을 보니 "reject이 default이다"라는 내용이 많아 기대도 조금 접게 되었죠. major revision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드디어 3월 초 어느 날, 이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We are pleased to inform"으로 메일이 시작해서 설마 바로 accept이 되었나 했지만 "conditionally" accept이라고 합니다. 몇 가지 minor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고 하여, 이제 다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퇴근 후에 3분의 익명의 리뷰어들이 작성해 주신 보고서를 열람하고 수정사항들을 정리했습니다. 흐음... 메일 본문에는 do-able without major delay라고 했는데...? 특히, 한 분의 리뷰는 매우 꼼꼼하고 세심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평가 보고서를 읽고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 빠졌던 것은 덤...수정해야 하는 내용을 정리만 했는데도 진이 다 빠져버리고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죠. 학술지에 다시 제출해야 하는 기한은 있고, 저는 직장 다니느라 시간은 없고. 결국, 하루 연차를 내고 논문을 수정하고 수정 레터를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절차를 마무리하고 교수님의 검토를 거쳐 다시 학술지에 제출합니다. 다행히(?) peer review 절차는 더 이상 없고 editor의 확인 후 최종 승인이 된다고 하네요. 


드디어 길고 길었던 첫번째 논문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썼던 연구계획서 내용을 보니, 정말 허황된 꿈을 꿨구나 하는 생각과 지도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여기까지 끌고 와주시다니... 아직 박사과정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앞으로 연구자의 삶을 살게 된다면 논문 쓰는 것이 업이 될 텐데,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그래도 한 발짝 내딘 것 같아 기쁩니다. 


논문이 최종 게재가 확정되면, waitlist에 있는 학교들이나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학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한국식 마인드로는 이미 평가 중이거나 평가가 끝난 학교에 내 실적이 추가되었다고 연락을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겠지만, 지금까지 어드미션 프로세스를 보니 열심히 어필하는 사람에게 눈이 더 가고 기회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일전에 회사에서 특강 강사로 오셨던 분이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말을 꺼내라도 보는 것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지금 와서 보니 공감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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