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결산
1월 초에 지원을 마치고 교수님들께서도 추천서를 모두 제출해 주셨습니다. 중간에 아이엘츠 성적 제출이나 학교 성적표 제출에 이런저런 조그마한 이슈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잘 해결되었습니다. 도움 주셨던 영국문화원이나 학교 측에 감사드립니다.
그간에 생전 처음 학회도 가보고 졸업식도 하고, 운 좋게 석사논문이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되어 상도 받았습니다. 석사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했는데 Under review 상태에서 변함이 없네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이제 특별히 할 일은 없기에 공부차원에서 소논문 하나를 더 쓰고 있습니다. 학술적인 의미라기보다는 해보지 않은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보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 한번 해보니 훨씬 이해도 잘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12월에 지원한 학교 중 하나가 1월 중순경에 오퍼를 보내면서 올리젝은 일찍 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더 가고 싶었던 학교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으니 하루 오전은 속상하더군요. 시차상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이 와있는데 합불여부에 따라 출근길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2월 말을 향해 가는 지금 27개의 지원 중 10개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4개 합격(offer), 1개 대기(waitlist), 5개 불합격(reject), 17개 미발표(pending). (The gradcafe 식으로는 4a/1w/5r/17p이라고 표현합니다. 가끔 인터뷰를 본 학교를 i로 표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퍼를 받은 학교들은 대부분은 4월 15일까지 오퍼 수락 여부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학교의 결과까지 천천히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사실 조금 더 가고 싶은 학교가 waitlist나 pending 상태라 이메일 알림에 굉장히 예민해집니다. 최근 성격도 조금 예민해진 것 같네요. 원래 무덤덤한 게 특징인데.
몇몇 학교에서 합격 소식을 받고 보니 회사 생활도 조금씩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람 일이야 어찌 될지 모르니 아직 회사에 섣불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이제 7년차 대리인데 비슷한 연도에 입사한 동기나 선후배분들이 최근에 이직을 많이 하시면서 싱숭생숭한데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는 없지만 아내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조만간 주재원 와이프가 될 텐데. 박사 유학생의 아내는 간극이 너무 크네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회사를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또 응원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석사 논문 감사의 글에 적은 것처럼 아내를 잘 만난 것이 제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고, 아내의 도움으로 석사 과정을 잘 마친 것이 두번째로 잘한 일임을 느낍니다.
합격하거나 waitlist에 포함된 경우 해당 학교에 계신 한국인 또는 러시아, CIS권 학생분들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펀딩이나 생활비, 퀄 시험, 학교에서 연구가 활발한 분야 등을 여쭤보고 싶었거든요. 놀랍게도 어느 분께 연락을 드리던지 박사과정생 분들이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주셨고, 줌 미팅을 잡거나 통화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연락한 낯선 한국인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니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도 나중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받은 만큼 열심히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지원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정보들도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정말 가고 싶은 학교라면 박사 과정생분들께 연락을 드려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일 것 같네요. 특히, 저같이 같이 준비하는 사람 없이 혼자 준비하는 경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4월까지는 본업도 열심히 하고 수학공부와 논문 작성에 힘을 쏟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머지 17개 학교에서도 소식이 전해지겠죠. 그때 제가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