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육아를 하기로 결단한 이유

by 파파북쓰

2년 전에 저장한 글이다.

많이 지났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올린다.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휴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결정이다. 개인적, 경제적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휴직을 하기 위해 직장의 협조도 필요하다. 대기업이라면 중소기업보다는 휴직이 더 자유로울 수 있다. 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 인사상 불이익(승진 등)이 걱정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문제로 인해 육아휴직에 대해 눈치를 줄 수 있다. 한 명이 휴직하는 동안 대체 인력을 구하는 문제, 다른 동료들이 일을 나눠해야 하는 문제 등을 바라보며 휴직에 대한 생각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휴직으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어 생기는 경제적 문제도 걱정이 될 것이다. 고려해야 하는 많은 일 중 사회적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그렇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내 마음이다.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내 태도와 마음가짐은 통제할 수 있다. 그것만 단단하다면 힘든 육아휴직에 대한 결정을 후회 없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안일을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많은 집안일들을 보고 도우며 자랐다. 항상 집안일에 바쁘신 어머니였다. 내 기억에 많은 일을 도우려 노력했다. 어머니는 어떻게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귀찮을 때는 모른 척했지만, 조금이라도 돕는 것이 어머니 일손을 더는 거라 생각했다. 요리할 때도 마늘을 빻거나 반찬을 놓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아들만 둘이 있는 집이었기에 대부분의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은 어머니께서 하셨다. 그런 모습들이 내 기억에 남아 집안일을 하는 것을 낯설지 않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하고 어리석은 생각인 ‘남자는 언제든지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마음도 있었다. 진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그 당시에는 아이가 크면 내가 일용직을 할 수도 있고 어디 가서 몸 쓰는 일 하나 구하지 못하겠나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정작 그런 일을 많이 해본 적도 없으면서 만만하게 본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정도, 내 능력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남자가 재취업이 쉽다’는 말만 곧이곧대로 믿었다.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문, 풍문에 흔들리지 말고 주변 경험자나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백 배, 천 배 도움이 된다.

아내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사람 손에 키우는 것보다는 우리가 키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둘 다 부모님 손에서 자란 탓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아직 말을 하지도 못하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혹여야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많았다.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집에서 얘기라도 해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집에서 학대, 폭행 등이 발생하기에 그때 내 걱정은 기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녀오더라도 집에 왔을 때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부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에 적응하여 잘 다니겠지만 집에 왔을 때 아무도 없는 것,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보다 엄마나 아빠가 있다면 마음적으로 안정되고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아이가 자라는데 보이지 않는 영양분이 될 거라 확신했다. 그랬기에 아내와 우리 손으로 키우는 것에 합의를 했다. 아내의 동의도 내 선택에 큰 힘이 되었다. 아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많이 고민되었을 것이다.

내가 육아를 하기로 결단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부모님이다. 수십 년을 우리를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어머니는 당신의 꿈은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 삶을 바쳤다. 아버지는 사회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경제적인 기둥이 되어주셨다. 두 분이 많은 것을 포기하셨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됐다. 아마 나에게 자녀가 없었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자존심 등 자녀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그런 부모님께 또다시 짐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자신의 아이도 내 맘대로 안되는데, 수십 년을 아들 둘 키우느라 고생하셨는데 그 힘듦을 다시 겪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육아에 대한 짐은 우리가 가져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손자손녀 키우는 게 즐겁고 또 다른 기쁨이 될 수 있겠지만 부모님의 시간을 뺏는 것은 효도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다. 두 분이 각자의 삶을, 노후를 보내시기를 바랐다. 어느 누구는 아이를 맡기고 돈을 드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몇 년이 될지 모르는 부모님 시간을 돈과 바꾼다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았다. 부모님께 부탁을 드렸다면 부모님께서는 흔쾌히 아이들을 봐주셨을 것이다. 그게 부모 된 도리라 생각하실 분들이라는 걸 알기에 쉽게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군대에서 전역을 할 때 후임병들의 직급은 내 기억 속에 평생 동일하다. 내가 전역할 때 일병이었던 후임은 평생 일병이란 직급을 가진 후임이 된다. 부모에게 자녀도 비슷한 것 같다. 자녀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 독립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도 어리고 부족한 아이처럼 보이나 보다. 지금도 여전히 어린 아들로 보시지만, ‘아들 다 컸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육아를 하기로 결단을 할 때 내 상황도 고려했고, 그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단단히 잡으려 했다. 내가 어떤 태도로 상황을 대하고 결심하느냐에 따라 선택에 대한 결과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우리 손으로 키우겠다는 동의와 부모님께서 편한 노후를 보내기를 바랐던 내 생각은 육아를 결단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지금 일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결정을 해야 한다면 충분히 생각하고 상황에 대한 태도를 확실하게 결정하여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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