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버틸 수 있는 힘

by 파파북쓰

맞벌이하는 친구가 나에게 “매달 쓰는 돈이 많은데 외벌이 하면 경제적으로 괜찮아?”라고 물어봤다. 대답은‘힘들지’였다. 맞벌이도 힘든데 어떻게 외벌이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어느 가정이든 외벌이로 엄청 많이 벌면 괜찮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솔직히 힘들다. 아내 월급만 따지면 대기업 신입 초봉도 안될 거다. 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아이가 둘이나 있기에 힘들 때가 많다. 경제적인 부분은 힘들어도 괜찮을 때가 많은데, 정신적인 부분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운동이나 예체능 관련된 것은 학원을 보내고 싶을 때가 많다. 한두 개쯤은 배우면 좋겠다 생각해서 고민하다가도 학원비를 생각하면 금액이 만만치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누구는 이런 거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 아이만 못 배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럴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맡기고 맞벌이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돈만 있으면 학원도 편히 보낼 수 있고 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빨리 잊고 우리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물론 이런 일들이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받지만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이런 상황들을 버티고 이겨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부모님 지원’, ‘고정적인 월급’그리고 ‘두 아이’다.


결혼할 때 부모님께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둘 다 사회초년생이라 모은 돈은 거의 없었기에 대출을 받거나 도움을 받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결국 신혼 전셋집 전세자금을 부모님께서 해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빚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빚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랐다. 철없는 첫째인 나는 부모님이 해주시면 좋고, 안 해주시면 대출받으면 되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몰랐다. 대출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도 당당했는지 모르겠다. 아내나 나나 세상을 몰랐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부모님께서 해주신 전세자금이다. 사회 경험이 일 년, 이 년 쌓이면서 가정에 ‘빚’이 없다는 것이 정말 큰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혼할 당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빚이 5천만 원 정도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평균 빚은 늘어가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이라도 순자산은 늘었다. 재무설계 일을 하면서 빚에 대한 감사함을 가장 크게 깨달았다. 여러 가정의 자산을 보면 빚이 항상 큰 걸림돌이었다. 좋은 부채도 있고, 나쁜 부채도 있지만 현금 흐름이나 자산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일반 월급쟁이에게 빚은 언제나 껄끄러운 존재다. 뭔가 계획을 세워도 빚을 갚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는 것을 보니까 우리 가정에는 빚이 없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자 감사해야 할 것이란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맞벌이를 했을 것 같다. 한편으로 부모님께는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죄송한 마음이 정말 크다. 이 또한 나중에 깨달았다. 내가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가져다 썼다는 것을 말이다. 부모님께서 노후에 쓰실 자금을 내가 미리 당겨와서 써버린 것이다. 갚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지만, 전세금을 주실 때 기쁜 마음으로 주셨겠지만, 당신의 미래를 나 때문에 망치게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죄송하다. 내가 아니었다면 지금 더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계실 거라 생각하니 정말 불효자식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빨리 철이 들었다면 그 돈을 절대 받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곤 한다.


아내는 공무원이다. 그래서 매월 급여가 늦지 않고, 빠지지 않고 들어온다.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고정적인 소득은 육아를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매월 같은 날짜에 일정한 소득이 들어온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기에 편하다는 걸 의미한다. 적은 돈이지만 매월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매월 빠져나가는 돈, 필요한 돈, 비상금 등 계획하여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니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가 보인다. 더불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 아이들을 대하는 내 마음도 편하다. 규칙적인 수입 덕분에 미래 예측이 가능하니 지금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알게 된다. 미래가 예측이 되니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행동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힘이 되어 육아를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힘든 육아를 버티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이다. 지금 우리 가족인 ‘딸과 아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들도 힘이 되었지만 우리 두 자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버티게 된다. 기어 다니면 누워있을 때가 그립고, 걸어 다니면 기어 다닐 때가 그립다. 임신한 친구를 보면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고 갓 태어나서 누워있는 신생아를 보면 누워있을 때가 좋다면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앞으로 더 힘든 날들이 많고 지금이 좋은 것이니 지금의 어려움 정도는 이겨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하는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순간마다 힘들겠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은 아니니까 이겨내라고. 키우면서 아이들 때문에 화를 내고, 짜증 나고, 미칠 정도로 답답한 적도 많았다. 밤마다 잠에서 깰 때면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애들은 왜 밤마다 깨서 잠을 안 자고 우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는 수도 없이 많았다. 1분이라도 빨리 재우려고 달래고 안아주고 업어줘도 울기만 하고 안 자면 그 순간,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 행동,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아침마다 느리게 행동하고 말을 안 듣는 아이에게 화를 내며 빨리 준비하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곤 했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아이들이 한번 웃어주면 모든 스트레스와 안 좋은 기억은 사라졌다. 같이 웃고 즐기면서 놀 때는 세상에 이런 천사가 따로 없었다. 엄마, 아빠를 챙겨주고 이쁜 말을 하고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을 보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아 행복했다. 뒤돌아보면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미소, 행동 등 자녀들이 하는 모든 것들 때문이다. 그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울음소리, 게으른 행동, 싸움, 밥투정조차 ‘우리 아이’이기에 받아줬다. 아이들도 우리를 부모로 인정해 줬기에 우리는 아이에게 조언하고, 공감하고, 짜증 내고, 슬픔을 표현하고, 같이 웃는다. 그런 존재 자체가 함께 살고 있기에 힘든 육아를 버틸 수 있다. 버틴다는 표현은 마치 억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내가 지금 버티는 것은 억지로 버티는 것은 아니다.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며 같이 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도 같이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멋진 부모가 되기를 바라면서.


2년 전에 쓴 글이고 위 내용은 첫째가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다.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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