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그냥 가우디 2
‘성가족’은 예수, 성모 마리아, 요셉을 말한다. 탄생의 파사드에는 예수의 탄생과 유년기, 청년기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는 가우디 생전에 완성되었고 옥수수 모양의 첨탑이 있는 부분으로 관람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탄생의 파사드는 여성의 자궁을 상징한다. 중앙에 있는 동굴모양을 중심으로 양쪽 긴 탑은 치켜든 두 다리의 모습이다.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혼자 관람하는 분들은 자료를 꼼꼼히 찾아보고 천천히 여유 있게 돌아봐도 하루가 아깝지 않겠다.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들은 잠시 순례자의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떠나 보자.
탄생의 파사드 정리
성가족 성당은 가우디의 절절한 신앙고백
가우디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같다. 그는 조각 곳곳에 기독교의 상징들을 숨겨뒀다. 목동을 표현하기 위해 그들 어깨에 양을 걸쳐뒀고, 예수의 탄생이 겨울에 이뤄졌음은 뾰족 고드름으로 표현했다. 세례 장면에선 재물로 드릴 비둘기 두 마리를 숨겨뒀다. 동방박사를 이끈 큰 별까지...
아기 형상을 만들기 위해 조산원까지 찾아가 실제로 죽은 아기를 가져와 본을 뜰 정도였다. 심지어 십자가 상의 예수를 표현할 땐 성인 남자를 십자가에 매달리게 했다. 이를 증빙할 자료가 지하 박물관에 사진으로 남아있다. 세심함을 넘어 조각가 자신의 신앙고백이 아니라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성가족 성당은 가우디의 절절한 신앙고백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아니면... 그가 철저히 외계인이었던지.
각각의 기둥 사이에는 가톨릭에서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영원한 생명과 희생을 상징하는 펠리컨이 조각되어 있다. 사이프러스 기둥 가운데 보이는 이니셜은 ‘JHS Jesus Hominium Salvator'd’의 약자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라는 뜻이다.
건물을 바라보고 있을수록 그가 외벽에 왜 ‘sanctus, sanctus, sanctus’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를 새겨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현재 가우디를 ‘성인’으로 추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단다. 내겐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그는 이미 내게 ‘성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