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by yurikim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론 무서웠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차갑고 유쾌한 공기의 맛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CD 한 장을 더 사고 싶어졌고, 돈을 더 쓴다면 LP도 한 장 욕심내고 싶었다. 커피는 따듯하고, 꼭 우유가 필요한 것 같았다. 요리는 또 하고 싶고 새 옷을 입고, 머리는 꼭 드라이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일은 계절이 지나가는 현상 때문에 벌어졌다. 그래서 무서웠다. 나라는 인간은 의지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나 박약하여 언제나 쉽게 휘둘리는데, 나를 소리없이 가장 거칠게 다룰 수 있는 자연의 힘에 놀랐다. 언제나 놀랍지만 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