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대중이 사실(fact)로 믿는 정보에도 사각지대는 언제나 존재한다.

by yurikim

사실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에도 촬영자의 관점이 반영된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거나 각을 기울여 보기싫은 부분을 잘라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낸다. 온전히 내가 본 것을 기록하는데에 초점을 두려고 애를 써도 왜곡은 존재한다. 정말 본 것 그대로만 기록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내 눈 가까이에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키고 촬영을 하면 내가 본 그대로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내가찍은'사진은 결국은 '내가 본' 것이다. 나를 기준으로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사실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본 지점에 동일시간에 서서 똑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해도 눈의 높이(키)와 눈의 성능(시력)에 따라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감정을 전부 배제하더라도 시각에 대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본 것만 가지고 사실여부를 가리는 것은 어렵다.


결국 나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본 것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오류를 쉽게 범해버리고 만다. 또렷하고 정확한 사실만 취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 밖에 없으니 이를 갈망하고 찾아내고 증명하려는 일은 시간낭비일 수도 있다. 이미 타인의 시각과 감정에 의해 편집된 사진에서 사실을 찾으려는건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실로 믿는 일들은 어쩌면 개인의 감상이 대부분일 것이다.


휠체어의 자리에서 세상을 본 적이 없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지하철 운행의 차질이 장애인이 대중교통에서 겪는 불편보다 더 중요한 사실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겪는 감정일 뿐이다. 찰나의 순간 '하필 왜 지하철에서 시위를?' 이라는 감정을 느낀 나의 편협함을 반성한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하는게 보통인 세상에서 다수의 시야로 세상을 비추고 그들의 감정이 대표가 되는건 소수의 입장에선 많이 폭력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가진 기혼 여성으로 살아가며 나 또한 다수에 속해있다는 권력에 취해 소수에게 폭력적인 시선을 행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찍는걸 즐겨하는 나는 '사진은 권력이다' 라는 말을 좋아라했다. 개인 sns에 올릴 음식사진 한 장만 잘 찍어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사진이 권력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무겁고 암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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