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열등감과 자본주의 계산법

생각보단 인간적인 자본주의 세상

by yurikim

사실은 오늘따라 내가 작아보이고 부족해보였다. 엄마, 아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구멍 투성이였다. 그리고 열등감은 유독 숫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쩌다 듣게된 타인의 월급 몇 만원과 아들 친구의 키 몇cm, 그 별것아닌 10진수 몇자가 내 하루를 망쳐놓는다. 내 자신이 하찮고 우스워진다.

사실은 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숫자따위에 반응하는 나의 가벼운 마음이 문제다. 자주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정말 잘 쓴 작품인 것 같다. 매번 내 삶에 끼어드는 대단한 소설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때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 보는 법이 없다.어른들은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앤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는 나비를 수집하니?" 따위의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앤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니?" 따위만 묻는다.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애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믿는 것이다.

-어린왕자中-


이 구절을 다시 읽고나니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내 비교대상이 되었던 타인에게 큰 실례를 범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 물론 일의 대가로 돈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일에 합당한 돈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돈의 액수는 때로는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고백하건데 액수에만 집착했다. 상대가 어떠한 노력을 했고, 어떤 감정으로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액수 외에는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이겠지. 자본주의 사회라는게 때로는 나보다 더 인간적이다. 무엇이든 돈으로 계산해내지만 노력하나하나 까지도 깐깐하게 계산해낸다. 그 계산의 결과는 당신은 그만한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자본주의의 계산법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되뇌어보니 그간 타인이 내게 말했던 업무의 피로에 대해 생각이 난다. 꽤 자주 스트레스에 대해 언급했고 힘들어했던 표정이 기억이 났다. 그 피로의 댓가를 받았을 뿐이기에 내가 배가 아플 필요가 없었다.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은 내 기분이 나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타인의 노력을 매도하고 얻은게 고작 열등감이라니 무척이나 비효율적이다.


진심으로 숫자에 집착하고자 한다면 이런 비효율적인 열등감을 조절해낼 필요가 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어린왕자에서 말하듯 본질적인 것에 대해 다시 살피고 집착한다면 조금 편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오늘을 쉽게 살아내는 법.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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