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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kim Jul 22. 2021

잘, 잘못

듣기만 해도 언짢아지는 그 단어는 사실 국가와 우리의 근간이다

정치.


어쩌면 내 삶과 직결된 국가, 나아가 세계의 정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자는 게 '정치합시다'라는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그런데 나는 정치를 얼마나 알고 있나 하고 돌이켜보니 정말 단 한 톨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정당색을 고이 드러낸 넥타이 부대의 논쟁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었다. 물론 그들이 목이 터져라 논쟁을 펼치는 것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치의 정의가 조금씩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정치란 무엇일까. 이념과 사정에 따라 정치를 규범 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제도적 정치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한 복수의 주권자가 통치하는 국가이다. 공화국 중에서도 대통령을 선출해 행정에 책임을 지게 하는 대통령제 민주공화국이다. 국가에 한정해 심플하게 정의하자면 나라를 잘 운영하는 것이 정치인 것이고 우리는 나라의 주인으로써 잘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운영 업무 직원이나 다름없는 선출직 공무원들은 그런 이유로 선거 시즌이 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고 허리를 숙여 ‘잘’하겠다며 한 표를 호소한다. 진실되어 보이는 매체 속 모습에, 나에게 이로워 보이는 공약 몇 줄에 무심코 찍어준 도장이 우리부터 주인의 권리만 양도해간다. 공무원의 편협한 입법이나 행정에 대한 책임은 도장을 찍어준 우리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하지만 '잘'이라는 것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무척이나 주관적인 문제이다.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아동복지나 교육정책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게 사실이고, 비혼 주의자들에겐 어쩌면 후순위로 고려될 정책일 수 있다. 우리의 상황에 여유가 된다면 내 이웃을 멀리까지 살피고 돌보는 정책에도 힘을 써주고 싶지만, 슬프게도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상황이 가장 간절하고 급하다.


과거에는 비슷하게 공부하고 비슷하게 결혼해서 비슷하게 애 낳고, 나라가 잘 될 수 있다면 몸 바쳐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다며 수당 없는 야근도 자처했다. TV에서는 해외에서 국위 선양하는 국내 기업들과 다 살기 좋아질 거라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인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렇다 보니 다들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어른들은 진짜 정치 잘한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워 칭찬했고, 내 삶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었으나 나라도 잘되고 기업도 잘되면 나도 언젠간 ‘잘’되겠지라며 안심했다.


얼마 뒤 우리는 TV에서 죄수복을 입은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정치를 ‘잘’ 한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잘못’ 하는 게 뭔지는 우린 선례를 보며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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