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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kim Dec 02. 2022

원인,결과보다 순간에 집중하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독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책이 요즘 과학분야 베스트셀러라는데 제목만 봐도 머리아픈데 한편으로는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나는 그 근처의 여전히 머리아픈 제목을 갖고 있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를 읽게 되었다.

사실 전부 이해했다고 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엔트로피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독서를 멈추고 엔트로피에 대해 설명한 유튜브를 몇개는 찾아봤다. 에너지의 정해진 흐름이 아닌 무질서를 추구하는 엔트로피에 의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은 선형으로 정리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이런 원인에 의해 저런 결과가 나왔다고 정의하는 것들은 틀린 전제일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높을 수 있지만 엔트로피가 존재하는한 선형의 정확한 원인과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그 관계가 과학적으로 따져묻기엔 복잡해서 질서라는걸 계산하기 어렵다고 책은 설명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은 허상이 아니다. 이 세상의 일시 적 시간 구조다. 그러나 세상의 일시적 시간 구조가 현재주의의 시간 구조는 아니다. 사건들의 시간적 관계는 우리가 예전 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복잡하지 않다고 해서 시간적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친밀 관계가 세계의 질서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허상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책에서는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를 엔트로피에 비유했다. 한 이정도에서 나타날 것 같고, 이만큼만 튀어오를것 같지만 고양이는 늘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 어떤 시간의 흐름에 의해 고양이의 행동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은 튀어오르고 또 잠시 뒤면 그루밍을 하는 그 사건이 전부이다. 


책의 전반부는 우주가 겪어온 사건들이 결코 하나의 시간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과학적 근거를 활용해 서술한다.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갖가지 측면에서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훨씬 재밌고 이해도 쉬웠다. 


우리가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 다.법률이나 돌, 국가, 전쟁, 어느 희극의 주인공, 우리가 믿지 않는 어느 종교의 신, 우리가 믿는 종교의 신, 위대한 사랑, 숫 자등......이 실체들 모두 다른 실체들과 서로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실재'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어떤 의미로 존재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궁금해할 수 있고(피노키오는 문학 작품 의 등장인물로서 존재하지 이탈리아 호적부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다.), 혹은 어떤 사물이 하나의 결정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아닌 지 궁금해할 수 있다.



작가는 피노키오는 존재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세상에 그런 꼭두각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책과 그 인물은 작품으로 존재한다. 실체가 없음에도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알고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 흐를까? 측정할 수 있을까? 이런 머리아픈 고민들도 책 덕분에 해보게 된다.

시간을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다를 수 있는데, 세상 밖에서 보는 시각과 내면에서 세상을 보는 방향의 차이에 따라 다른 시간이 흐르게 된다. 



세상에 사건들을 일어나게 하고 그 역사를 쓰는 것은, 몇 안 되는 정리된 배열에서 무질서한 무수한 배열까지 모든 사물들의 불가항력적인 혼합이다. 우주 전체는 조금씩 붕괴되는 산과 같다. 매우 서서히 무너지는 구조물과 같다.


불가항력적인 혼합이자 서서히 붕괴되는 산과 같다는 말이 와닿는다. 세상이란 무질서한 엔트로피로 인해 천천히 그 반경을 넓히며 주저앉는 모양인가보다. 지구의 자전주기에 따라 하루를 24시간으로 규정하고 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역시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내 몸속 세포들은 열을 주고받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새롭게 무너지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집착하기보다 존재자체에 집중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은 전체를 이해하기 부족한 얕은 규칙일 뿐이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시간의 빠듯함을 느끼는 우리에게 책은 이야기한다. 네가 생각하는 시간? 그거 별거 아니야. 시간을 잊으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책은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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