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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kim Nov 12. 2022

과학과 소설사이

쥘베른 <지구에서 달까지> 독후감

어려운 책을 읽으면 난해한 문장들의 독해에 집중하느라 오히려 온갖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했던 머리속을 책의 문장들이 밀어내고, 완독을 해내었을때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우주에 관한 책은 물리적임과 동시에 추상적이라 더없이 깊은 감상을 남긴다. 이전의 에드거 앨런포의 <유레카>가 그런 느낌이었고 비슷한 감상을 느끼고자 쥘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를 골랐다.


책은 처음부터 웃음이 났다. 전쟁시대가 끝날 무렵의 대포제조업자의 불황이 시작이었다. 이들은 과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워리어였다. 대포전문가들의 대다수가 사지가 멀쩡하지 않다는 디테일한 설정도 너무 재밌어서 웃음이 났다. 대포 발사 실험을 하다보면 당연히 그러하겠지.


끝이 보이는 사업아이템을 끌어올린건 바비케인 회장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벤치마킹한것 같은 이 인물… 정말… 미국인 그 자체다. 이 전에 포스팅한 리프트 오프를 소설버전으로 ( 리프트오프도 소설같았지만 )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바비케인은 회원들을 모아놓고 대포를 쏘겠다고 한다. 전쟁이 끝났는데 어디에 대포를 쏠까? 달을 향해 대포를 쏘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아 이거 정말 찐 과학소설이다 싶은 수학적 용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최초의 달 탐사와 달 착륙은 1900년대 후반에서야 가능했는데, 산업혁명 직후인 1800년대에 쓰여진 책에 달에 가기 위한 소설속 인물들의 고민이 다큐멘터리 처럼 담겨있었다. <지구에서 달까지> 는 1865년에 최초 발행 되었고, 최초의 달 탐사는 1959년이었으니 거의 100년 전에 달로 향하는 여정을 소설로 써 내려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가 타원인 점과 태양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까지 계산해서 발사시점을 정하고, 폭탄 내부에 사람을 태웠을 때 공기가 사라져 질식할 위험에 대해 이산화탄소와 합성하여 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한다. 발사 후 지구 전체에 기후문제가 발생한 것 등의 선견도 대단했고, 내부가 비어있는 포탄에 실려 달을 향해 가게 된 세 명의 인물에 대한 결말이 정말 재밌었다.


<해저2만리>, <신비의섬>까지 전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에 상상을 더해 소설을 만들어내는 쥘 베른이 능력이 정말 놀라웠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어쩌면 정확하고 또렷한 것 같으면서도 이런 소설을 읽게되면 증명되지 않은 과학은 허구에 불과하니 이 또한 재밌는 일이다. 쥘 베른이 이 소설을 썼을 무렵에는 허구에 불과했던 내용들이 과학적 사실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증명해내고자 하는 과학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소설가의 상상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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