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디자인 직무에 대한 고민 (feat. NCS 직무능력표준)
원래 쓸데없는 걱정 많이 하고, 우유부단한 편이라 매사에 답답하게 살아가는 나. 요즘 무언가 잘 풀리지 않고 주제 없는 고민이 산발적으로 많아서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30대 후반의 평범한 디자인 직무에 종사하는 직장인인 나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김구선생님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은 세계적 문화강국이 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감도가 평균상향했다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는 대도시나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고, 문제시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해결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미적 감도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누구나 웹서비스나 ai의 도움을 받아 미적 완성도가 높은 아웃풋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슬프게도 트레이닝이 덜 되거나 타고난 소양이 부족한 디자인 전공자는 미감이 뛰어난 다른 직군보다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디자이너, 필요 없는 것 아닌가?
과거에는 디자인 직무자만이 adobe 계열의 전문적 이어 보이는 프로그램을 다뤘고, 디자인을 하려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기술직처럼 디자이너를 대하기도 했고 디자인의 영역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었지만 그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디자인의 세부 직무나 연차에 따라서 이 기술직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ai로 만든 로고를 통해 '로고디자이너'로 제2의 직업을 찾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화를 내거나 근본이 없다거나, 저건 디자인이 아니라는 저항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하는 결과물로 만족을 주었다면 그건 좋은 프로젝트가 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취향이나 날카로운 타기팅으로 객관적으로 '잘'된 디자인의 평가가 모호한 시점에 객관적 자료의 축적은 내가 전문 디자이너임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현장에서의 요구직무와는 괴리가 조금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이라는 제도를 통해 직무의 구분을 두고 있다. 객관적 자료로 구분되는 디자인직무는 현장에서 대체되고 있는 단순 그래픽업무와는 사뭇 다른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NCS에서 정의하는 디자이너는 단순 심미성 높은 결과물만을 만드는 제작자가 아닌 그를 포함한 업무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때론 너무 포괄적으로 들려 쓰기 어색할 때도 있지만 국내 NCS기준으로 중단 위 직무명에 속한다. 그리고 능력단위의 세부 정의를 확인하며 내 직무적 능력치를 판단하며 내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자료의 구분과 내용 중 일부는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더러 존재하지만 이를 감안하고 보아도 서류로 내 능력을 국가표준에 맞게 정리할 수 있는 객관적 수단이다.
시각디자인 직무자인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디자인 능력구분 중 디자인 제작관리 능력이 어느 수준인가? 단순히 시각적 미감이 우수한 수준의 시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디자이너 능력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올바른 데이터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하며, 꼼꼼한 교정능력과 기법에 대한 이론지식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산업군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재료에 대한 이해와 성질, 후가공지 식 또한 있어야 한다. 능력단위마다 필요한 태도까지 정리되어 있어 읽다 보면 내가 이 직군을 얼마나 얕잡아봤길래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했나 싶고, 또 나 자신에게서 부족한 지식이나 기술, 또는 태도에 대해 점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일의 일부는 인쇄소나 제작업체에서 대행해주기도 하지만 디자인직무 담당자라면 디자인물의 관리자로써 역할을 충분히 이행해야 하고 그를 위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제작에 대한 관리는 능력 중 일부에 속하며 디자이너에게는 너무 당연한 시안디자인이나 크게는 프로젝트 기획에 수반되는 계약업무, 실행까지도 모두 디자인직무자의 필요 능력인 것이다. ai를 활용한 로고디자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일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한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이익이 된다면 이 역시 디자인 직무범위 안에 있는 세부능력 중 하나일 뿐이다.
출중한 미감이나 센스가 우수한 사람의 시안제작 능력만 가지고는 디자이너를 대체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역으로 심미성만 고려된 시안제작은 디자인의 능력 중 하나일 뿐이고 이 세부능력만 가지고는 국가가 정의한 디자인직무를 수행한다라고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디자인 직무능력에 대해 객관적인 능력자료를 토대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글로 작성해 보자. 부족하거나 더 개선하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디자인 밖의 카테고리에서 그 능력 역시 추가하고 훈련하도록 하자.
그리고 글로 정리하자. 나는 어떤 디자이너이고 어떻게 성장하고자 하는지.
회사에 단순 시안제작만 하는 디자이너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회사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사업수행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분석하며, 데이터를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사업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을 수행하고 지속해 낼 수 있는 관리자는 어디에나 필요하다.
직무는 그저 이해를 돕기 위한 구분일 뿐 본인의 능력에 따라 직무 상관없이 그에 걸맞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