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THOUGHTS EP 4
WK_4. 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가?
KEYWORD : WHY / DESIGNER
나에게 디자인은 호기심을 풀어주는 놀이로 처음 다가왔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작은 화원과 그곳을 뛰노는 학생들이 있는, 따뜻하고 활기찬 공간이었다. 그러나 신축공사를 하며 이전의 정겨운 느낌을 잃게 되었다. '새로운 건물이 왜 학교의 활기를 없앨까?'를 질문하며, 친구들과 함께 건물을 변화시켰던 경험이 디자인과의 첫만남이었다.
앞선 질문에 대한 우리만의 대답은 '학생들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새로운 건물은 넓은 복도와 큰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학생들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밖에 나와서 즐겁게 뛰어노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도 줄어들게 되었다. 커다란 건물이 학생들을 가려버린 것이다.
차가운 벽에 가려진 학교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건물에 학생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시각물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학교를 관찰하며 우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장면인, 점심종이 울리는 순간 급식실까지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친구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학교 건물에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테트리스>는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떨어지는 조각들을 맞추는 게임인 '테트리스'로 표현한 설치 프로젝트였다. 80장의 색지를 건물 유리창에 설치한 이후,걱정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테트리스>는 학생들의 행동을 분명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창문을 가로막은 빨강파랑 색지에 궁금함을 느끼고 이를 확인해보고자 건물 밖으로 나가보게 된 것이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학교 건물과 생활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기에, 나의 궁금증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 수 있었던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이 무엇인가의 힘을 경험하며 매혹감과 책임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또한 돌이켜 생각하면, 이 순간은 세상과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그런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싶은 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