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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ASS Aug 04. 2021

디자인이 세계를 담는 방법

DESIGN THOUGHTS EP 3

WK_3 . Photography and Design

KEYWORD : 사진과 디자인 / 디자인이 세계를 담는 방법



지난 글에서, 디자인이 마치 카메라처럼 우리 삶의 모습을 담는다고 언급했다. 이번 글에서는 사진의 존재 방식과 연결하여 디자인이 어떻게 한 시대를 담는지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은 사진이 그것의 완벽한 리얼리즘을 통해 존재한다고 정의했다. 카메라는 객관적인 현실을 담아낸다. 실재하는 세계를 일말의 눈속임 없이 사진 속에 구현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개입을 배제함으로써 사진은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킨 리얼리즘적 완성체가 되었다.


디자인이 기계적 카메라와 같다면, 모든 디자인에는 객관의 세계만 담겨있을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기록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주관이 없는 기계적 재현을 디자인의 존재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담는 것일까?


사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면, 나는 인간의 개입이 사진을 존재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민과 주관적인 선택이 사진을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20세기 최고의 사진 작가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대표작 <생 라자르 역 뒤에서>에는 웅덩이를 막 뛰어오르는 남자와 그 순간 세상과의 결정적인 조화가 담겨 있다. 사람과 세계와의 우연한 만남의 순간들을 '결정적인 순간'으로 포착한 것이다.


브레송에게 결정적인 순간이란 사진가의 머리,눈,마음이 구체적인 현실과 만나서 그 현실을 인지하는 사건으로의 순간을 뜻한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단지 재현과 기록의 필요성을 넘어선,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감동 그리고 깨달음을 줄 수 있었다.


결정적 순간을 담아낸 브레송의 사진처럼, 디자인 또한 디자이너의 이성과 감성 그리고 모든 감각이 현실과 만나서 이루어진다. 디자이너는 실재하는 현실을 탐색하며, 그것을 의미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조형 언어를 통해서 표현한다.


디자인은 현실과의 만남이며 동시에 그 현실의 의미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디자이너의 끊임없는 현실 인지 과정이 디자인이 세계를 주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한다.


참고문헌

주형일. (2018).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미학 - ‘결정적 순간’에 대한 이해. 열린정신 인문학 연구, 19(3), 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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