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THOUGHTS EP 2
JULY 5TH - KEYWORD : 실험적 디자인 / 디자이너의 시선
디자인은 마치 카메라처럼 우리 삶의 모습을 담는다. 사람들은 시대의 삶과 문화적 약속을 담은 디자인에 공감한다. 영국의 미술사가 마이클 박산달은 이를 '시대의 눈 속에 존재하는 디자인'으로 정의했다.
디자인은 시대의 눈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한 시대를 구분짓는 울타리를 벗어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외면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디자이너들에게 시대의 눈이 바라볼 다음 방향을 제시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해보이는 미래를 향하도록 하며, 그 간극을 무모해보이곤 하는 실험을 통해 좁히면서 시대의 눈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 디자인이 갖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상파의 그림을 볼 때, 19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그림을 경험한다. 재현의 시대를 벗어나게 해준 '인상'이라는 새로운 실험법이 동시대인에게 얼마나 기이한 것이었을지 상상해본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기에 부정되었던 인상파는, 그 힘을 통해 시대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인상파의 그림처럼 플라스틱도 현재의 우리에게 매우 일상적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1907년 발명된 산업화의 신소재로서, 초기에는 그 활용이 천연재료의 대체재와 전기 용품의 부품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누구도 플라스틱이 인간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낯선 기술로 여겨진 플라스틱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게 된 것에는, 그것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 디자인 정신이 있었다.
카르텔은 최초로 플라스틱을 실험적 디자인으로써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했다. 가볍고 컬러풀해진 주방용품은 그 시대 가사 노동의 모습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또한 사출성형을 통한 일체형 플라스틱 의자는 '규격부품의 기계적 조립'에 한정된 산업화 시대의 모습에 관습을 벗어난 상상의 자유를 제안해주었다.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현재는 또다른 디자인들을 통해 변해가고 있다. 그것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시대적 배경 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디자인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즉, 실험적인 디자인은 우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스파클이다.
네리 옥스만의 <실크 파빌리온> 은 그 자체로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디자인 실험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자연의 순환 과정에 맞춰 6500마리의 누에가 생물학적 명주실을 감아 완성되는 실크 파빌리온은 자연과 함께하는 미래 건축을 제안한다. 디자인을 통해 미래를 연결하여 자연과 진정으로 공생하는 인간 삶의 가치를 현재의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무모해보이는 실험적 디자인은 우리 삶의 모습을 정지하지 않고 무한히 생동하도록 만든다. 미래를 향한 인간의 지속적인 움직임을 유도하는 스파클과 같은 디자인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