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만들어주는 안정감의 세 가지 환경

존재 육아: 1 기본 안정감

by 유림
IMG_8224.jpg 비추다


기본 안정감은 부모가 아이에게 '넌 안전해'라는 말을 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부모는 아이를 안아 토닥이며, 배가 고픈지 낯선지 몸이 불편하지 살핀다. 아이는 배가 채워지고, 부모 품에서 안정을 찾고, 몸이 편안해짐을 경험한다. 그렇게 한 번 괜찮아지고, 또 한 번 괜찮아지고.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몸은 불편해도 조금씩 괜찮아진다는 것을 배운다. 부모가 안전한 환경과 경험을 반복해 줄 때, 아이의 몸은 '나는 안전하다'는 감각이 새겨진다.


부모가 아이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본 안정감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다. 예측 가능성, 생리적 안정, 그리고 회복 경험. 세 가지는 아이의 신경계에 쌓이며 '나는 안전하다'는 감각을 만든다. 이는 영아기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정의 구조다.


기본 안정감을 만드는 세 가지 환경

1. 예측 가능성

아이의 신경계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안전으로 인식한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법고, 잠드는 흐름이 어느 정도 반복되는 것. 완벽한 하루가 될 필요 없다. 그냥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면 충분히다. 아이의 몸은 매일의 반복 속에서 '아, 하루는 이렇게 흐르는구나'를 배운다. 중요한 것은 반짝이는 이벤트가 아닌, 작은 순서의 반복이다. 반복이 쌓이면 아이에게 세상은 낯설고 불안한 곳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2. 생리적 안정

안정감은 몸에서 먼저 시작된다. 우리는 몸이 아프거나 예민해져 있을 때,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낸다. 충분히 잠을 자고, 배고프지 않고, 몸이 편안해지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 단순한 조건들은 몸의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가장 기본 토대가 된다. 몸이 편안해야 감정도, 관계도, 선택도 움직일 수 있다. 아이가 잠을 자지 못했거나,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파 긴장 상태에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몸이 편안해야 신경계가 진정되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3. 회복 경험

기본 안정감을 만드는 세 가지 환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회복 경험이다. 안정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다시 괜찮아지는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아이의 하루는 완벽하게 안정된 상태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울고, 놀라고, 화나고, 속상해하고, 다시 괜찮아지는 시간들의 반복이다. 다시 돌아오는 경험 즉, 회복 경험의 반복이 기본 안정감을 만든다.


저녁을 먹고 잠 잘 시잔이 되자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낮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았다. 세워두었던 하루의 흐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이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 봐도 아이는 서럽게 운다. 아이의 울음에 하루 리듬이 걱정되다,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다, 지나온 하루를 되짚어 보며 원인을 찾아본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것뿐이다. 한참 울던 아이는 부모의 품에 안겨 조금씩 숨을 고른다. 등을 토닥이는 손길 속에서 울음은 점점 잦아들고 몸에 힘이 풀리며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뜬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하루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흐름이 무너지는 순간은 반복해서 찾아온다. 무너지는 순간은 수없이 많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하루가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경험이다. 완벽하게 지켜낸 하루보다 흐트러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하루가 아이의 몸에는 더 깊이 남는다. 그래서 회복 경험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아이의 몸에 조금씩 남는다.


기본 안정감을 만드는 세 가지 환경에는 예측 가능성, 생리적 안정, 회복 경험이 있다. 예측 가능성은 '세상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를 배우게 한다. 생리적 안정은 '내 몸은 편안해질 수 있다'를 배우게 한다. 회복 경험은 '힘들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를 배우게 한다. 세 가지가 함께 쌓이면 아이는 기본 안정감을 몸의 리듬으로 갖게 된다.


이렇게 부모에게서 시작된 안정감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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