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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 a Fan Jun 20. 2024

밴드 하나에

그 눈빛에

우리만의 금요일 스페셜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함께 버스 타고 오기.


바퀴가 달린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게 버스를 타는 일이란 아마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속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평소에는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해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도망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만큼은 내 손을 잡고 내 옆에 꼭 붙어있다.


“엄마야, 버스가 왜 안 올까아?”

“엄마야, 버스다 버스다! 버스 크으다!“


버스를 탄 후에는


“엄마야, 이게 무슨 소리일까아?“

“엄마야, 저기 봐봐요, 빠방이 만타아!“

“엄마야, 버스가 움직여, 무셔워, 안아죠!“


내 무릎 위가 아닌 옆 자리에 혼자 앉혀봤더니 작은 움직임에도 무서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사람 구경, 차 구경을 하며 우리의 짧은 버스 소풍은 그렇게 끝이 난다.


몇 달 전만 해도 걷다가 금방 안아달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버스 정류장, 버스에서 내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끄떡없이 걸어간다.


‘나비야‘를 힘차게 부르며 함께 걸어가는데 속도가 맞지 않았는지,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아이가 툭 하고 넘어졌다.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시멘트 바닥이라 작은 상처가 생겼다. 평소에는 다쳐도 “엄마야, 괜찮아아“ 하고 벌떡 일어났지만 이 날은 왠지 모르게 서럽게 울었다.


달래주고 있는 사이 우리 앞으로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밴드 하나 줄까요?”


보조석에 아이가 타고 있는 것을 보니 나처럼 한 아이의 엄마였다. 보통 때였으면 “괜찮아요” 했을 텐데 그날은 아이의 울음을 얼른 달래고 싶었는지 ”네에, 감사해요”라고 대답해 버렸다. 차에서 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괜히 말했나 싶었다. 그러나 내가 괜찮다고 해도 멈춰 설 엄마였다. 내 짧은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차는 길가 옆 교회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빨간 응급키트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미 아이는 울음을 그친 뒤였다. 다친 부위가 피도 나지 않는 작은 상처라 속으로 민망해하고 있는데 밴드를 건네주며 “밴드를 붙여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있잖아요, 같이 후 불어주면 막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걸요?”


그러고 나서는 내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더니


“이제 좀 괜찮아?”


올리브 색 눈동자를 가진 한 낯선 사람, 그러나 그 부드러운 미소에서 무엇을 물어보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듯 아이는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따뜻함을 주고받았던 한 아이와 어른의 그 눈빛.


오늘은 덕분에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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