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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11. 2021

운명을 바꾼 프로젝트.
공중목욕탕의 변신

사진=공중목욕탕 아이러브 유

살아 있는 미술관 일본 나오시마가 주목받고 있다. 뛰어난 자연경관은 물론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지역 문화가 돋보이는 나오시마는 인파에 치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본 풍경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곳이다. 나오시마는 거리마다 미술관이 자리하고 지역 곳곳 예술작품이 설치돼 있어 자전거를 빌리거나 순환버스를 이용해 쉬어가며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일본의 천재 미술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오시마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땅속에 지어진 지중 미술관, 오랜된 가옥을 고쳐 예술 작품화한 이에(家)프로젝트, 한국화가 이우환이 우주적 공간을 표현한 이우환 미술관, 실제 입욕이 가능한 미술시설인 공동 욕탕 '아이러브유' 등이 나오시마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를 여행하던 중 특이한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 시골의 작은 섬에 화려한 건물은 잠시 도시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각 지역에서 다양한 오브제가 모여 있다. 배를 컨셉으로 시작해 욕실에 있는 코끼리 동상까지 전시회에 온 기분이 든다. 크리에이티브집단 graf에 설계 협력을 구해 외관에서 내장, 아트 상품까지 세련된 미술작품으로 완비된 장소다. 아이러브유 목욕탕은 1997년 시작된 이에(家) 프로젝트' 일환이다. 섬의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시도다. 기원, 신사, 치과 의원, 소금 창고 등 일곱 곳의 빈집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되살려냈다. 폐허가 예술이 되면서 섬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무와 숲이 살아나고, 젊은이들이 몰려왔다. 상처 받은 사람을 환영한다. 혼자서, 느릿느릿, 하품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새살이 돋는, 힐링 아일랜드다.


사진=공중목욕탕 아이러브 유

나오시마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는 'I♥湯(아이러브유)' 목욕탕이다. 오래돼 낡아 빠진 목욕탕을 오오타케 신로라는 작가가 예술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바닷가에 방치된 패션, 쓰다 버린 타일과 깨진 항아리를 총동원한 재생 프로젝트다. 바가지, 수도꼭지, 수건까지 죄다 '작품'이다. 목욕도 할 수 있다. 남탕과 여탕 사이 윗벽이 뻥 뚫려 있어 남탕에서 오가는 말소리가 다 들린다. 타일 바닥에 그려진 춘화 감상을 잊어선 안 된다. 물속에 얼굴을 파묻고 구경하는 꼴이 우습지만 안 보면 후회한다. 뜨겁게 목욕하고 난 뒤 할 일이 또 있다. 골목 카페에서 시원한 나오시마산 맥주 들이켜기. 여기가 천국이지 싶다.


베네세 그룹이 기획한 나오시마는 크게 5개 권역으로 나뉜다. 권역별로 테마를 부여했으며, 도보, 자전거, 마을버스 등 다양한 작은 교통수단으로 권역들을 연결했다. 한 지역에서 다른 테마존까지 걸어서 30분 이내다. 동그란 계란을 45도 각도로 뉘인 듯한 나오시마 섬은 3~4개의 위성 섬을 지니고 있다. 나오시마 서쪽은 '미야 노우라 지구'다. 철부선이 오가는 미야노우라 항을 중심으로 여객선 터미널인 '바다의 역 나오시마', '나오시마 슬래그 도예체험 공방, 영국에서 출판된 레이몬드 벤슨의 007 소설 '붉은 문신의 남자' 기념관이 있다. 007 소설에 나오시마가 실명으로 등장, 주민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념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다의 역은 터미널 기능 외에도 관광안내소, 기념품 판매. 카페 기능을 수행한다. 터미널 앞쪽에 유명한 나오시마의 상징 쿠사마 야요이 작품 '붉은 호박'이 전시돼 있다. 마을 안쪽에 'I♥湯' 목욕탕이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미야노우라지구에서 동쪽의 혼무라까지 2.2km다. 걸어서 30분, 자전거를 이용하면 10분 정도다. 미야 노우라에서 베네세 아트지구까지는 도보로 35분, 자전거로 15분 걸린다. 섬의 서북쪽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산업지구'다. 미쓰비시 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휴대폰 등에 들어 있는 금을 재생하는 공장이다.


공중목욕탕 아이어브 유(I♥湯)
장소 2252-2, Naoshima, Kagawa District, Kagawa 761-3110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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