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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13. 2021

디자이너에 의한,
디자이너를 위한 동네 을지로

신도시 (사진=HereNow Seoul)

오래된 건물, 간판 없는 가게, 2층 또는 3층. 을지로에서 힙한 가게를 찾는 일은 마치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게임 같다. 드디어 찾아낸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토록 기다렸던 힙지로의 매력을 만나게 된다. 을지로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처럼 대놓고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다. 인사동처럼 전통적인 분위기를 고수하지도 않는다. 을지로는 인쇄소, 공구상, 조명 가게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90년대 홍콩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미러볼 때문에 '을지로 갬성, 힙지로(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힘과 을지로의 합성어)'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인스타 감성이라고 부르는, '느낌적인 느낌'이 충만한 을지로 맛집과 카페를 소개한다.


공구 상가가 즐비한 서울 을지로 일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지만 어두워지면 골목 사이사이 인적마저 드물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저녁이 되면 '열리는 도시'가 있다. '신도시'가 있다. 오는 6월이면 문을 연 지 5년째 되는 술집이다. 신도시가 자리 잡은 건물에는 불 밝힌 간판마저 없다. 그러다 건물 5층으로 걸어 올라가면 웃음과 음악 소리가 뒤섞인 공간으로 이어진다.

평일에는 술집, 주말에는 운영되는 곳이다. 90년대 홍콩 영화에서 볼 법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곳이다. 앞서 소개됐던 집들에 비해 장소가 넓고 음악이 빵빵하다. 입소문을 타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을지로를 '힙지로'라고 불리게 한 일등 공신 중 한 곳. '신도시'는 특수 용접봉 전문 조선서재와 가나볼트상사가 있는 빨간 벽돌 건물 5층에 자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나는 음악 소리, 붉고 푸른 조명과 네온이 뒤섞여 묘한 우주 분위기가 느껴진다.


신도시 (사진=HereNow Seoul)

펍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메뉴판에 이런저런 장난을 치지 않고 맥주부터 보드카, 럼, 테킬라, 칵테일, 전통주까지 다양한 주류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특히 칵테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말리부 오렌지', '테킬라 선라이즈', '카이피리냐' 등 느낌적인 느낌의 이름이 달린 다양한 칵테일을 맛보는 것도 좋다. 신도시에서 을지로 감성을 느끼며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다면 평일 저녁에 들르자. 매주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디제잉 파티를 즐기는 클럽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신도시 인스타 계정을 통해 DJ 라인업과 이벤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신도시는 이병재, 이윤호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병재 대표는 신도시 전 이태원의 '꽃땅'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다, 어릴 적부터 흠모하던 종로의 분위기를 좇아 이윤호 대표와 함께 을지로에 자리를 잡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술집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비정기적으로 밴드 공연 또는 디제잉 파티가 열린다. "스스로를 이태원이나 강남이 아닌 제3의 지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로 공연 기획을 해와 신도시에서도 무대가 펼쳐지곤 한다." 이병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신도시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술집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곳을 기반으로 공연, 디제잉, 전시 등이 펼쳐지고 책이나 음반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사진=HereNow Seoul)

신도시에서도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한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노 클럽'(No Club)과 '레게 낫 레게'(Reggae Not Reggae)가 대표적이다. '노 뮤직'이라는 이름의 전자음악 디제이 모임이 '노 클럽'을, 디제이 '본 부에노'가 '레게 낫 레게' 파티를 기획하고 이끌고 있다. 노 클럽은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을 선보이는 작은 전자음악 파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다.


"친구들과 재미있는 것을 해보려고 이 공간을 마련했고, 아무래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음악 역시 서울 홍익대 앞이나, 강남, 이태원에서 유행하는 음악과도 거리가 있다. 넓게 보면 남이 안 하는 새로운 것을 더 좋아하고 즐긴다고 해야할까?" 이병재 대표의 설명이다. 좀 더 색다른 전자음악, 공연,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밤이 되면 환해지는 도시 '신도시'로 발걸음을 옮겨 볼 만하다.


신도시 (사진=HereNow Seoul)

신도시의 등장은 을지로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름하다 못해 폐허 같은 건물에 위치한 이곳은 2015년 문을 열었는데 오픈과 동시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힙한 분위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미술과 디자인, 음악을 하는 이병재와 사진가 이윤호가 이끌어가는 신도시는 기본적으로는 바로 운영하며 공연, 상연회,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공간 이름이자 프로젝트 팀 이름이기도 한 '신도시'는 외부 전시나 기획,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6년에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SDS 프로덕션을 설립해 음악가, 디자이너, 미술가, 만화가 등과 협럽하며 음반, 출판물, 영상물 등을 기획과 제작하고 있다. 공연이나 이벤트에 따라 주말에는 오픈 시간이 변동되며 SNS를 통해 공지한다.



신도시(seendosi)
장소 서울특별시 중구 수표동 을지로11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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