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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21. 2021

진정한 사랑이란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거에요

영화 <나홀로 휴가>

'드크레람볼트 증후군(declerambault's syndrome)'은 1921년 프랑스의 정신병 학자인 가에탕가시앙 드크레람볼트(Gaetan Gatian de Clerambault)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성적 편집증 상태와 구별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망상장애인 '에로토마니아(Erotomania)'의 일종으로 자신보다 더 높은 사회 경제적 또는 정치적 지위를 가진 타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증상이 특징이다. '색정망상(erotic delusion)' 혹은 '애정망상' 이라 하며 연예인 스토킹 사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상이 확연히 보여주는 무관심, 증오까지도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이해된다. 망상환자인 이들은 사랑한다고 믿는 대상과 거의 접촉한 적이 없다. 그들의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도 대부분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은 확고부동한 것으로 그로 인해 자꾸 다른 것들이 파생된다. 1979년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에논(David M. Enoch)'과 '윌리엄 헨리 트레소언(William Henry Trethowan)' 박사는 증후군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였다.


타인과 사랑의 교제 관계에 있다는 망상적 확신으로 상대방이 먼저 사랑에 빠졌고 먼저 구애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 시작이 갑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망상의 대상은 불변하며, 환자는 대상의 행동을 역설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가 만성적이며, 환각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인식 능력상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 환자들 대부분은 지적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집착 심리에 논리적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한 이러한 집착의 근간에는 일종의 종교적인 색채마저 깔려 있다. 따라서 가장 지속적인 연애감정의 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으며 흔히 환자가 죽어야만 끝이 난다.


이들은 모두 행동이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는 자기합리화가 강하다. 애정에 대한 과대망상을 가지고 있는 이 환자들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능력 있는 이성이 자신을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심리적으로 고통스럽다. 그러다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버리는 '자기합리화'를 시켜버린다. 무의식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방어기제 중 '자기합리화'는 자신이 죄책감이나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심리적 방어이다. 이솝 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가 잇다. 포도송이 나무를 찾아낸 여우가 너무 높아 포도를 따먹을 수가 없자 "저 포도를 아직 익지 않아서 시다."라고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떠난다. 높은 곳에 있는 포도를 못 따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기에 포도가 '실 것이다.'라고 정당화시켜버리면 자신의 마음은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은 성적인 흥미보다는 이상적인 사랑이나 낭만적인 사랑, 플라토닉 사랑 같은 내용이 더 많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대상에게 집요하게 전화, 문자, 카톡, 편지, 감시, 추적 등 집착하는 행위도 보여 진다. 실제로 일부는 스토킹으로까지 발전된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정신역동적 기저 중의 하나를 '성적 콤플렉스'로 보았고 그 유형 중 하나가 색정형이다. 애정을 늘 갈망하는 이들은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상대방이 자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신호라 연관 지어 생각한다.


망상이 더 심해지면 사랑하고 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결혼도 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낳은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환각상태의 과도한 망상과 집착은 절박한 상황을 잊고자 하는 것이기에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헤롯왕의 딸 살로메는 요한을 짝사랑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요한이 응해주지 않자 참수를 하고 그의 목이 잘린 머리를 끌어안고 엽기적인 춤을 추었다고 한다. 스토킹을 하는 범죄자들 대부분이 사랑한다 믿는 대상이 죽거나 혹은 자신이 죽였어도 그 무서운 엽기적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기에 치료를 거부한다. 또한 치료를 하더라도 약을 잘 복용하지 않아 예후는 좋지 않다. 그들이 가진 망상이 거짓이라는 사실 여부를 긍정이나 부정하는 것보다는 현실로 돌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 트라우마(trauma)를 경험하였고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감정의 상처가 무의식에 남아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정신과적인 상담과 약물치료가 꾸준히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들의 노력도 빠져서는 안 된다. 망상은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피폐하게 만들기에 반드시 치료 개입에 들어가야 한다.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기에 일반 정상인들과 뒤섞어 살아가고 있으며 특히 색정형 망상은 스토킹, 살인 등의 무서운 범죄로 이어지기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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