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24. 2021

100년 된 익선동
한옥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경성과자점 (사진=LUXURY)

근대(近代)는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특별한 시간이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대부분의 서민이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개화기 지식인들은 서양문물을 전유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즐겼다. 서울 시내를 걷다보면 그 시절 모던뽀이와 경성 신여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동안 한복을 갖춰 입고 고궁을 찾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이 한복을 즐겨 입으면서 그 반동으로 내국인은 근대 복장 코스프레에 빠져 들었다.


익선동은 유난히 와인색 원피스, 파스텔톤 투피스, 망사 달린 모자, 망사 장갑을 착용한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띄는 곳이다. 익선동 '경성과자점'은 일본풍 파운드케이크와 차를 파는 곳으로 축음기를 통해 들려오는 빛바랜 곡조가 고풍스러운 곳이다. 화려한 샹드리에가 포인트인 이곳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을 바탕으로 그 시대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차와 다식을 즐길 수 있는 경성 시대 스타일 파인 디저트 숍 '경성과자점'. 와인에 졸인 무화과의 코코아가 조화를 이룬 케이크, 쇼콜라무화과 등 6가지 시그니처 파운드케이크가 유명한 곳이지만, 최근 푸딩이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을 둠뿍 넣어 만든 푸딩에 수제 캐러멜시러블 더한 바닐라푸딩과 우지(UJI) 말차를 베이스로 한 말차푸딩이 그것이다. 차와 함께 푸딩과 케이크를 즐기다 보면 뉴트로 감성에 저절로 빠져든다.

익선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원목으로 장식한 경성 시대풍의 파인 디저트숍, 경성과자점에 닿는다. 경성과자점은 파운드 케이크쇼룸 안쪽으로 들어가면 티 소믈리에가 직접 내려주는 차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한 다도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오직 6명을 위해 일본에서 공수한 차를 정성스레 우려내 준다. 그중 탠저린 녹차는 귤 특유의 상큼한 맛과 탠저린 향을 고스란히 녹차에 입혀 입안 가득 싱그러움을 전한다.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쇼콜라 무화과는 오렌지필의 산뜻한 향과 와인에 졸인 무화과, 프랑스산 코코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케이크다. 바닐라푸디 역시 이곳의 인기 메뉴이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을 통째로 담아 유정란 생크림과 함께 배합해 적당히 달콤하다.


경성과자점 (사진=LUXURY)

낡고 옛 것으로 치부하던 낡은 골목들이 1020세대에 사랑받게 된 이유에 대해 업계는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편리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근대나 개화기 콘셉트의 가게들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가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접근성조차 흥미롭게 여긴다. 업계에서는 뉴트로 현상이 한 때의 유행을 넘어서 1020세대만의 독특한 소비문화로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트로 감성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자신만의 가게를 찾아 SNS에서 돋보이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비싼 임대료를 피해 쇠락하는 골목을 찾아 겨우 자리를 잡았던 장본인들에게 날로 올라가는 임대료는 또 다른 고민이다. 입소문이 나고 유명해질수록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슴 한 켠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상가정보 연구소에 따르면 익선동은 1년 새 임대료가 15%가량 올랐다. 일부 가게 주인들은 유명세를 부담스러워 한다. 손님에 연연하지 않고 SNS로 오픈 일정이나 메뉴를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 청년 창업자나 오랫동안 살던 원주민들이 많은데 임대료가 높아져 이들이 떠난다면 특유의 감성과 개성도 사라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성과자점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익선동 수표로 28길 33-8

작가의 이전글 아침을 깨우는 유럽의 방을 재현한 전시 8과 8의 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