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사례 중 하나가 '맥주와 기저귀'일 것이다. 요는 미국 월마트에서 하나의 영수증에 여러 상품이 들어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통계화했더니 '맥주'와 '기저귀'를 동시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함께 진열하여 시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기저귀 심부름을 나온 아빠가 카트에 맥주를 한 덩이씩 함께 구매하며 생긴 패턴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상품도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따라 의외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밝힌 사례였다. '장바구니 분석'은 우리의 소비패턴에 맞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시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멜론에 로그인하면 지금까지 많이 들었던 음악 장르를 분석해서 비슷한 장르의 새로 나온 음악을 추천해 주고, 관심 있는 책을 검색하면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다른 구매자가 많이 구매한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만들려고 하면 내 소비패턴에 가장 유리한 혜택을 주는 카드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핸드폰으로는 내가 살 것 같은 품목들의 광고가 하루에도 몇 개씩 날아든다. 패턴에 대한 분석이 비슷한 유형을 만들고 그 유형에 따라 소비품목을 추천해 주거나 주 소비층에 혜택을 더 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방식은 디테일에 차이가 있을 뿐 예전부터 대부분의 기업이 시도해 오고 있는 방식이다.
특수한 계층의 특징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기 전에 먼저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일반 가구의 평균 소비액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소매업에 30% 정도를 소비하고, 생활 서비스에 22%, 온라인 결제에 19%, 음식점에 15%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또 의료 서비스에 7%, 교육 서비스에 3%, 여가와 오락 서비스에 2%, 문화생활과 기타분야에 2% 정도를 소비하여 전체 100%를 이루고 있다. 각 가구마다 소비 지출 항목을 정리해 보면, 일반적으로 한 가구의 평생 소비를 가정하면 이와 유사한 분석이 나타날 것이다.
10대를 설명할 수 있는 소비 트렌드는 남학생은 'PC방(취미와 오락)', 여학생은 '패션잡화(화장품 소매와 의복, 의류)'다. 또 음식류는 남녀 공통으로 패스트푸드나 치킨, 분식, 커피음료의 소비가 많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교통비' 항목이 용돈 지출의 큰 부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반대로 가족 부양의 책임이 생기기 전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 공과금이라든지, 차량 할부금, 주유비, 병원 지출비 등은 평균보다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20대 초반이 되면 10대에는 누릴 수 없었던 '주점' 소비가 늘어나면 남성은 전체 2위, 여성은 5위까지 지출 순위가 올라간다. 그 외에는 10대의 소비패턴과 유사한데, 성인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소득이 명확하지 않은 계층으로 단가가 낮은 음식업이나 놀이문화, 잡화에 여전히 소비가 많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으로 19%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터넷쇼핑' 지출이 20대 초반 남성에게는 아직 낮은 수준인 반면, 여성에서는 전체 1위 비중일 정도로 높게 치고 올라온다는 점이다.
20대 후반이 되면 구직활동이 활발해지며,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소득이 발생한다.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때에 남성은 '주점'의 소비액이 커지며, 처음으로 차량에 관한 관심과 소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반면 여성은 인터넷 소비 비중이 더 늘어나고, 미용에 대한 관심이 '패션잡화' 위주의 소매업에서 '미용 서비스' 분야로 옮겨 가기도 한다. 결혼 연령층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20대 후반 여성 중 많은 여성이 결혼을 하면서 '초보 주부'로서의 소비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종합소매점, 제과점 등)
30대 초반이 되면 남성은 차량유지비가 지출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 비중이 평균보다 높아진다. 여성은 영유아 자녀를 둔 주부의 소비패턴과 직장 여성인구의 소비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유아용품과 패션잡화의 소비자 모두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인터넷 쇼핑 비중이 가장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는 여성부터 가구의 유형과 특성이 명확하게 나뉘기 시작하면서 같은 연령대라 하더라도 어떤 가구유형에 속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소비 특성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영유아 자녀를 둔 신혼부부 가구에게는 유아, 교육, 생활용품이 주가 되고, 직장인 여성 1인 가구에게는 미용과 화장품, 의류 소비와 커피, 음료가 주를 이룬다.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갖지 않은 부부는 문화나 여가생활에 더 많은 소비를 한다. 기업이 연령에 따른 분석이 아닌 가구 유형에 따른 고객 분석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연령대라고 해도 관심사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30대 후반이 되면, 남성은 여전히 차량유지비 비중이 높고, 주점 비중이 평균보다 높지만 새롭게 '재테크'에 관심이 늘어난다. '내집마련', '이직', '창업', '주식', '재테크'와 같은 키워드가 이들의 주 관심사가 된다. 30대 후반 여성은 평균보다 높은 소비비중을 보이는 10개 항목 중 5개가 교육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는 때다. 자녀를 각종 예체능, 외국어 학원에 보내면서 본격적인 입시 이전에 여러 분야를 접하게 한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자녀 교육과 재테크에 목돈이 들어가게 되면, 반대로 다른 분야의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는데, 남성은 본인을 위한 의료, 패션과 관련한 소비활동을 줄이게 되고 여성은 주로 저녁식사 위주의 외식비를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순위권에 나타났던 '화장품'이나 '패션잡화'의 소비 비중도 순위가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0대 초반은 30대 후반과 거의 유사한 특징이 나타나지만, 남성은 외국어학원이나 헬스클럽 등 자기 계발과 건강관리에 조금씩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성을 둘째 아이까지 태어나 4인가구가 되는 경우 유아교육과 예체능, 외국어 교육을 다시 시작하게 되고, 첫째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시작하면서 교과학원에 지출비중이 높아진다. 반면 아이가 없는 부부거나 1인 가구의 특징을 보이는 경우에는 자기계발,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행, 여가, 문화생활의 지출 비중이 높아진다.
40대 후반이 되면 남성은 본격적으로 은퇴 후를 준비하기 위해 제태크 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또 그동안 계속 높은 비중으로 빠져나가던 차량에 대한 지출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비중이 낮아지게 되고, 반대로 차가 고급화되는 만큼 차량유지비는 더 빠져나가게 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좀 더 늘어난 모습이다. 반면 40대 후반 여성은 어느 정도 자녀 교육이 완료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의복, 의류 소비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고, 몸이 약해지는 시기인 만큼 병원도 더 자주 찾게 된다.(특화병원 업종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과 등인데 대학생이 되는 자려를 위한 지출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살펴본 성별과 연령별 관심사의 변화를 통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여성의 소비 비중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연령별 소비비중을 살펴보자. 온라인 쇼핑 사업자라면 어떤 고객층에 집중해야 할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히 30대 여성일 것이다. 유일하게 남성을 타기팅한다고 해도 30대 초반 남성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온라인쇼핑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별로는 화장품과 패션, 잡화류는 10대에서 20대 후반까지, 유아용품부터 교육 관련한 상품은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주 고객군이 될 것이다. 식료품이나 청과 등의 소비가 50대 이상에서 일어나는 지역이나 매장이라면 아직 오프라인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전략을 더 구체화하고자 한다면 고객의 일반적인 소비패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지역, 소비단가, 구매 채널, 소비 주기 등을 추가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종합적인 '온라인쇼핑 고객 마케팅 전략'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남성의 소비 비중(관심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차량 소비에 관한 성별과 연령별 비중을 살펴보자. 사회 초년생을 위한 저가 모델은 20대 후반을 공략하고, 신혼부부를 위한 중저가 실속형 모델은 30대 초반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20대에 차를 일찍 구매한 남성은 40대가 되가 전에 차를 한번 바꿀 가능성이 높으므로 30대 후반에는 좀 더 고급화된 모델이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40대가 되면 재테크와 교육비 등으로 인해 차에 지출하기 어려워지므로 40대를 공략한 전력은 좋은 효과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다시 차량 지출 비중이 늘어나는 50대 초반에 고급 모델로 공략하거나 60대부터는 취직이나 결혼한 자녀에게 차를 내줄 수 있는 안전성과 실속 있는 모델이 통할 수 있다.
소비를 발생시키는 본질적인 요소는 바로 고객의 '관심사'다. 고객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모든 공급자의 존폐를 결정짓는 기준이다. 특히 거시적인 안목을 통해 소비방식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세부적인 것을 이해해야만 전체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효과를 함께 예측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게 각 성별과 연령층에 따라 나타나는 소비패턴에 대해 살펴본다. '맥주와 기저귀' 효과가 하나의 사례로 의미가 있지만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50대 이상 연령층이 주 고객인 매장에 맥주와 기저귀를 함께 배치했다면 효과가 있었을까. 심지어 30대 위주인 매장 중에서도 여성이 주 고객층인 매장이었다면, 맥주와 기저귀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나의 전략은 하나의 특정 고객층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고객층을 요즘은 '가구유형'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혼술, 혼밥', 'YOLO(You Only Live Once)'와 같이 1인 가구와 연관 있는 키워드가 유행하거나, '딩크족' '싱크족'과 같이 무자녀 부부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은 국내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들은 외식이나 유통, 프랜차이즈 등 대부분의 기업에서 생각하는 향후 몇 년간의 주 타깃 고객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이런 가구 유형이 급격하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예정에도 1인 가구와 무자녀 부부 가구는 있었다. 이들의 소비패턴과 관심사는 어느 정도 데이터로 축적되었다. 또 앞서 여러 번 언급한 것과 같이 특정 고객층에 집중해서 전략을 수립하면, 다른 고객층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체 유형을 고려하면서 특수 유형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