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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Jun 22. 2021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편견을 피할 수 없었다

영화 <겟 아웃>

필라델피아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던 흑인 남성 두 명이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으나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가 인종 편견 관련 질문에 자신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생활해 왔기 때문에 피부색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아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 경험의 바탕에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인간은 어떤 사람, 집단, 현상 등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생각이나 태도에 기반하여 행동한다. 때로는 스스로 의식하지 않지만 내재된 무의식적인 생각이나 태도가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인지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선입견' 혹은 '편견'은 복잡한 인지과정 중 하나다.


위 사례와 같이 선입견 혹은 편견은 정말 나쁜 것인가. 사실 편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존 기술이다. 어떤 위험하거나 모호한 자극에 대해 무의식적이고 빠르게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비록 해당 자극이 위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날지라도 우선은 피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편견은 사회적 맥락에서 내가 느끼는 소속감이나 친밀감에 따라 '우리' 혹은 '내집단(in-group)'과 '그들' 혹은 '외집단(out-group)'으로 사람이나 집단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실제로 인간은 외집단과 내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얼굴을 4분의 1초 내에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 편견의 핵심 기제는 '자극'과 '행동' 사이의 연합학습이다. 신경심리학자들은 무의식적인 편견에 관여하는 신경학적 기제를 밝히기 위해 '암묵적 연상 테스트(IAT-Impllicit Association Test)'를 과제로 사용했다. 암묵적 연상 테스트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편향 정도를 연합학습의 반응속도에 기반하여 유추한다. 컴퓨터 화면에 제시되는 자극을 특정한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참여자는 두 번의 과제가 진행되는 동안(1) 내집단에 속한 얼굴과 긍정적 단어 연합, 외집단에 속한 얼굴과 부정적 단어 연합(2) 내집단에 속한 얼굴과 부정적 단어 연합, 외집단에 속한 얼굴과 긍정적 단어 연합을 학습한다.


무의식적 편향 정도는 외집단에 속한 얼굴과 긍정적 단어 연합속도와 외집단에 속한 얼굴과 부정적인 단어 연합속도를 비교한 값이다. 연합속도 간 차이가 큰 것은 무의식적인 편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무의식적 편향에 편도체라는 두뇌 구조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편도체는 공포 연합학습과 정서, 특히 의식 이하의 정서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두뇌 구조다.


이처럼 공포 연합학습과 무의식적 정서처리를 하는 편도체가 무의식적 편향에 관여한다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적 편향이 아주 빠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 편향이나 차별적 태도를 행동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는 자동적 정서처리와 좀 더 고차원적인 인지과정의 상호작용을 거쳐 무의식적 편향이 조절될 수 있다는 신경 영상 결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편견을 조장하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무의식적인 편향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인지적 자원이 필요로 했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보고한 참여자들에게 외집단에 속한 구성원 얼굴을 폭력적인 랩 음악과 함께 제시할 때와 데스메탈(헤비메탈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이나 음악 없이 제시할 때 정서 처리에 관여하는 편도체뿐만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인지과정에 관여하는 전두엽 영역도 활성화됐다. 연구자들은 전두엽 영역의 활성화를 외집단에 속한 구성원에 대한 선입견이 폭력적인 랩 음악으로 인해 생기지 않도록 인지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유추했다.


나아가, 암묵적 연상 테스트에 기반한 인종 편향 연구에서 인종적 편향과 관련된 실수를 하였을 때(외집단 얼굴에 중립적 자극이 아닌 부정적인 자극으로 잘못 범주화하는 실수 등), 인종적 편향과 관련 없는 실수(내집단 얼굴에 중립적 자극이 아닌 부정적인 자극 혹은 외집단 얼굴에 부정적인 자극이 아닌 중립적 자극으로 잘못 범주화하는 실수 등)에 비해 더 큰 신경학적 반응을 보였다. 또 그다음 시행에서는 반응 속도를 늦추고 보다 정확하게 반응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지적 통제 과정이 들어가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뇌는 주변 자극, 사람, 집단을 무의식적으로 범주화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빠른 범주화가 어느 맥락에서나 유용한 생존 전략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다양한 연구들은 내재하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어쩔 수 없으나 이러한 순간적인 판단을 보류하고 선입견이나 편견 없는 태도와 행동을 지향하는 것이 인간의 책임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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