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키우는 식물, 작지만 반짝이는 존재, 발렌타인 자스민(듀란타).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난다.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 사랑을 위해 멋을 부린 남자”라고 한다. 이름부터 조금 특별하고, 향기까지 달콤해서 그런지, 왠지 애틋하다. 이 아이는 떨기나무처럼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자란다. 꽃은 가지 끝에 핀다. 그래서 공간이 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집 베란다는 조금 복잡하다. 크기도 작고, 화초도 많고, 햇빛도 잘 드는 편은 아니라서 이 아이가 꽃을 피우긴 어렵다. 햇볕도 아주 많이 받아야 하고, 가지도 길게 자라야 겨우 꽃망울이 맺힌다.
기특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었다.
이 아이는 주택에 살 때부터 키웠으니 벌써 10년은 훌쩍 넘었다. 생명력 하나는 참 좋다. 가지 하나 꺾어 흙에 꽂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고, 어느새 자라 있다. 삽목이 참 잘된다. 그런데 이 베란다에선 여전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옆에 다른 화초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만 커도 자꾸 가지를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새순엔 진딧물도 자주 생긴다. 먹을 수 있는 꽃이라 그런 걸까. 천연 살충제를 열심히 뿌려봐도 그때뿐이다. 그래서 결국 또 잘라내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얼마 전에 잘랐던 가지들이 아직은 자라는 중이다.
이번엔 그냥 좀 자라보게 둘까 한다. 왠지, 꽃도 못 피우고 잘리기만 하는 이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그렇게 버티고, 참고, 기다리는 식물 하나가 나랑 겹쳐 보였다. 햇볕이 부족한 자리에서도 묵묵히 잎을 내고, 다시 가지를 뻗는 그 모습이 왠지 뭉클하다. 이젠 자르지 않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직은 충분히 자라야 하고, 햇빛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도, 이번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요즘은 진딧물이 조금 줄어들었다. 식물성 기름과 주방세제를 조금 섞어 뿌려줬더니 효과가 있었다. 이젠 자꾸 약만 치지 말고, 그냥 크게 자라도 기특하게 바라만 보기로 한다. 꽃은 없어도, 단단한 잎이 자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반짝반짝, 꽃을 기다리며 자라고 있는 중.
글: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