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는 게 좋겠어. 너랑, 더는 관계 맺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유리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뒤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자세한 내 마음을 알려주지 않은 채,
뒷말을 붙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한참을 되새기고 마음을 돌리려 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손끝으로 조용히, 그 밴드를 탈퇴했다.
몇 달 전, 유리는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같은 세대의 가정주부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기쁨을 나누는 공간.
처음엔 따뜻했다. 말도 부드러웠고,
밴드에 올라오는 글들은 다정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기울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애쓰는 마음은
‘좋아요’ 수에 민감해졌고,
오가는 말은 점점 조언이 되었고,
그 조언은 어느새 판단처럼 변해 있었다.
유리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아래 작은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연못, 개구리, 보자기, 큰 연잎 우산.
그리고 커다란 강물.
그건 유리가 오래전 썼던 동화였다.
《깊은 물은 위험해!》
작은 개구리 왕눈이가
호기심에 연못을 떠나
강물에 빠졌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쓸 땐 몰랐다.
그게 자신일 줄은.
‘넓은 세상이 다 좋은 건 아니구나.'
동화 속 왕눈이의 마지막 말이
지금 유리의 마음에서 다시 들려왔다.
“유리야, 아침부터 왜 그렇게 조용해?”
남편이 안방에서 물었다.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 다시 글 쓸까 봐.”
“응?”
“이번엔 혼자서. 진짜 내 마음으로.”
남편은 무언가 더 묻고 싶어 하다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유리답지.”
그날 밤, 유리는 책상에 앉았다.
손에는 펜 대신 조용한 마음을 쥐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 앉아
《기쁨이 된 바위》라는 이름을 타이틀에 적었다.
눈을 감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깊이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너머는…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유리는 여전히 연못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가끔 바람이 불면
강물 쪽의 반짝임이 눈을 끌기도 하지만,
이젠 안다.
그 반짝임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 너머의 유혹이란 걸.
유리는 연못가 풀밭에 조용히 앉아
한 편의 글을 꺼낸다.
그리고 그 모든 고백의 시작에
그날 들었던 목소리를 적는다.
“세상과 너무 타협하지 말거라.”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