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전에 씨앗으로 발아한 나무다. 작은 화분에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목대가 굵게 자랐다.
크게 자랄 나무 같아서, 1년 후에는 큰 화분으로 옮겨서 심었다. 처음에는 물 조절을 잘 몰라서, 물과 조금 먼 곳에 두고 키웠는데 잎에 끈적끈적 액체가 조금씩 생기더니, 나중에는 검정색 곰팡이처럼 변했다.
화분이 조금 무거웠지만, 낑낑! 물 가까운 곳으로 옮겨 샤워 분사기로 잎을 씻어주었다.
그렇게 며칠을 하고 나서부터는, 반짝반짝 아주 예쁜 잎으로 변했다.
가시는 어린 순 때부터 잘라서, 가시가 없는 레몬트리로 만들고 있다.
물가로 옮겨서인지, 또 새순이 쑥쑥 자라 있다.
저렇게 예쁘게 자라서, 어느 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면 얼마나 기쁠까 상상해본다.
"레몬트리야, 반짝반짝 예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요즘은 아들이 다이소에서 몇 박스나 사다 준 영양제를 화분마다 여기저기 쿡쿡 꽂아주고 있다.
처음엔 괜히 너무 많이 준 거 아닌가 했는데, 막상 꽂다 보니 “이 아이도, 저 아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레몬트리도 그중 하나다. 조금은 투박한 손길이었지만, 며칠 지나자 잎이 더 윤이 나고, 새순도 기지개를 켠 듯 크게 자라났다. 보이지 않게 자라난 뿌리처럼, 마음에도 따뜻한 기운이 번진다.
이 레몬트리와 함께 씨앗으로 태어난 다른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
누군가는 물방울을 머금은 채 반짝이고, 누군가는 가느다란 줄기로 햇살을 향해 조심스레 키를 재고 있다.
한 아이는 넉넉한 땅 위에서, 또 다른 아이는 매달린 화분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다.
같이 태어났지만, 자라는 모양도, 속도도, 방향도 다르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속에서도 조용히 이런 말이 떠오른다.
“괜찮아. 누구는 먼저 자라고, 누구는 천천히 피어나니까.”
식물들을 기다려주는 이 시간, 사실은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성실한 사랑, 순수한 마음, 새로운 시작
작고 단단한 씨앗에서 시작된 이 나무는 묵묵히 자라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 성실한 사랑이 오늘도 반짝이며, 나의 작은 정원을 환하게 밝혀준다.
크기대로 순서를 정해 본다. 3년 전 씨앗에서 자란 레몬트리 중 가장 먼저 크고, 가장 묵직한 아이.
목대가 굵고, 잎이 넓고 짙어졌을 땐 ‘이제 정말 나무가 되었구나’ 싶다.
한때 잎에 끈적한 액이 생기고, 검은 곰팡이처럼 변했을 땐 “내가 뭔가 잘못했나…” 조심스러웠지만
화분을 물가로 옮기고 샤워분사기로 잎을 씻어주니 며칠 사이 다시 반짝이는 초록으로 되돌아와서 기특하다.
그때부터 이 아이는 늘 나에게
"괜찮아. 다시 예뻐질 수 있어."
하는 말을 건네는 듯.
같은 시기에 씨앗에서 태어난 레몬트리 동생들은 여러 아이다. 같은 시작점이었지만, 자라는 속도와 모습은 참 다르다. 어떤 아이는 통통한 잎으로 초록빛을 뽐내고, 누군가는 가느다란 줄기를 높이 세우며 키 재듯 서 있고, 또 다른 아이는 잎 하나하나에 집중하듯, 조용히 자라고 있다.
모두가 조금씩,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쁘게 크고 있는 나의 레몬트리들이다.
"너희들도 성실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잘 자라주렴."
글: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