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만난 날

by 산여울 박유리





의문의 할아버지




초등학생 때의 일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해가 조금 기울어 있었고,
길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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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근처에
한 할아버지가 담장아래에 앉아 계셨다.
종이컵 하나를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셨다.


나는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집에 가서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용돈은 오천 원이었고,
그 돈으로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계란을 사려고 생각해 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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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발짝을 가다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누가 나를 부른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나를 보신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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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다시 돌아가 할아버지 앞에 섰다.


“할아버지,
천 원만 드리면 안 될까요?”


말이 그렇게 나왔다.
왜 천 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한 번 바라보셨다.





눈빛이 이상하지도,
불쌍하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했다.


“천 원만 줘도 괜찮아.”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올려 주셨다.


아주 작은 주머니였다.
옛날 복주머니처럼 생겼고,
손바닥에 쏙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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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늘 옷에 넣고 다니고,
꼭 필요할 때만 열어보렴.”


그 말만 하셨다.


나는
“네.”
라고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다.


주머니는 가볍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갔다.


그날 저녁,
라면은 계란 없이 그냥 먹었다.

왠지 그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계란을 먹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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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머니는
그대로 잊고 살았다.


아마도 그날은, 다른 세계의 문이 잠깐 열렸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 할아버지는 어디서 왔을까?





글: 유리 / 그림: AI

끝.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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