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와 시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고,
신호등 불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평소처럼 건너 가려고 했다.
사람들이 우루루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냥 멈췄다.
그때였다.
한 대의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횡단보도를 그대로 질주해 지나갔다.
신호는 보행자 초록불인데,
차는 횡단보도를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몇 명은 놀라서 넘어졌다.
나도
심장이 세게 뛰었다.
엎어진 사람들은 있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횡단보도를 한참 지나서야 그 차가 갓길로 멈춰섰다.
아마도 핸드폰통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미쳤나 봐!” 하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의 멈춤이 나를 지켰다.
나도 건너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집에 와서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은 횡단보도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그때
왜 멈췄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에게는 말을 못했다.
하지만, 동네 일이라 엄마의 귀에도 소식이 들렸나보다.
“요즘 운전 무서워. 다들 정신이 없어.”
나는 호주머니 속에 있는 주머니를 만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세계에서는, 시간이 먼저 건너가고 사람은 나중에 따라가기도 한다.
그 세계는 사람들이 모두 잠깐 멈춤을 좋아할까?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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