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화. 다시 부산으로

by 산여울 박유리




1권과 연결되는 스토리이기에

프롤로그 없이 곧바로 1화를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1화 — 다시 부산으로



부산이 가까워질수록
길 위에 쌓인 시간의 흔적은 더 선명해졌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을 버스 정류장과
출근 시간에 분주했을 거리.
지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멈춰 선 버스와 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승용차들뿐이었다.


깨진 창문 너머로는
급히 두고 간 듯한 가방이 보였고,
길가에는 구겨진 종이컵과 영수증 조각들이
바람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 놓인 상자 몇 개.
택배였는지, 이삿짐이었는지
이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남학생 중 한 명이
멈춰 선 버스 옆을 지나가며 낮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없던 사이에…
부산은 더 무너진 것 같아요.”


그 말은
누군가에게 대답을 바라며 한 말이라기보다,
그저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은 진실 같았다.


선생님이 한 손으로 정유병을 가볍게 들어
햇빛에 비추듯 흔들어 보였다.


투명한 병 안에서
금빛 액체가 잔잔하게 일렁였다.


“그래도…”
선생님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가진 건 아직 남아 있죠.”


그 말에 아이들 몇 명이 정유병을 바라보았다.


어떤 아이는 그 작은 병 하나에
세상이 다시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어떤 아이는 이 작은 병도 언젠가는 비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을 담고 있었다.


그때,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끼이익—


아이들 몸이 앞으로 살짝 쏠렸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왜요?”

하린이 운전석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선생님은 앞을 가리켰다.
“길이 막혔어.”


앞쪽 도로에는
그동안 치워지지 않은 잔해들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쌓아 놓은 방벽처럼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벽돌 조각,
깨진 유리창틀…
버려진 택배 박스들에는 어딘지 모를 주소들이
빗물에 씻기고 찢어져
이제는 누구 앞으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소포들이었다.


테이프로 봉해져 있지만,
썩은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들…


모든 것들이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하린이 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길로 돌아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래도 돌아갈 수밖에—”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유리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유리의 목소리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제 내려서 걸어가요.”


살짝 열려진 문틈으로
뒤의 짐칸에도 앞쪽 사람들의 말이 들려왔다.


짐칸의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막혀 있던 숨을 쉬듯
우루루 내렸다.

“에? 이건… 위험한데요.
차에 있는 우리 짐은요? 다 들고 걸어요?”


유리는 잠시 짐칸을 들여다보았다.
쌓여 있는 짐들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담요, 물, 조금 남은 비상식량,
그리고 정유병이 든 작은 가방들.


“그래도 우린 서둘러야 해.”


유리는 눈빛을 굳혔다.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가자.
아까워도 버릴 건 버리고… 정말 필요한 것만 들고 가요.”


선생님이 조용히 물었다.
“유리 씨, 그렇게까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유리는 멀리 터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그 말은 설명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유리가 이런 목소리로 말할 때는
이미 마음속에서 오래 생각한 결론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럭에서 하나둘씩 내려
각자의 짐을 줄여 등에 메었다.


“이건 두고 가자. 대신 물은 나눠서 들자.”
“이 담요는 둘이서 하나만 써도 돼.”


덜어내는 일은 언제나 잡는 일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그들 일행들은
이제 그런 선택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때.


“유리 누나… 여기, 이거 좀 보세요.”


남학생 하나가 부서진 건물 아래를 가리켰다.
일행들이 모두 그 곁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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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황명터널 장편소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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