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화. 검은 구멍 속 움직임

by 산여울 박유리





《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2화 검은 구멍 속 움직임





무너진 벽돌과 콘크리트 틈 사이,

어딘가 인위적으로 뚫려 있는 것 같은

작은 구멍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구멍 안에서 검은 끈 같은 무언가가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먼지와 섞여 처음에는 그림자처럼 보였지만,

눈을 조금 더 좁혀 보면

그 움직임이 너무 ‘살아 있는 것’에 가까웠다.


하린이 숨을 들이마셨다.

“저거… 벌레?”


선생님은 구멍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정확히 보기 위해 몸을 기울이면서도

언제든지 뒤로 빠질 수 있도록 자세를 낮췄다.


“벌레가 모여서 만든 덩어리 같군요.”

선생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 마리의 벌레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거대한 벌레처럼 움직이는 덩어리.

그 검은 물체를 바라보고 있자니

등줄기 쪽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리는 망설임 없이 정유병을 꺼냈다.

“조금만 열어 볼게.”

그녀는 뚜껑을 천천히 돌렸다.


딸깍—

아주 미세한 소리와 함께

병 입구에서 향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백합나무에서 떨어졌던 그 익숙한 향기.

깨끗하고, 따뜻하고,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향기.


향기가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구멍 속의 검은 덩어리가

마치 뜨거운 것에 닿은 얼음처럼

휙, 뒤로 몸을 뺐다.

스슥— 스슥—


수많은 작은 무언가들이 구멍 깊숙한 곳으로

한꺼번에 숨어버리는 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듯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입구 근처까지 나와 있던

검은 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남학생이 낮게 중얼거렸다.

“…정유를 알고 있다.”


그 말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두려움과 깨달음이 들어 있었다.


유리는 구멍을 한 번 더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벌레도 이 향기를 알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말이 가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정유가 단순히 ‘우리만의 무기’가 아니라는 것.

벌레들 역시 그 존재를 느끼고, 기억하고,

언젠가는 더 영리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


길 위의 공기가 조금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눈빛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터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부서진 간판들이 달그락거리며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뒤를 돌아보았고, 유리는 무심한 듯 걸으면서도

주변의 그림자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선가 쿵—


작은 소리가 나면 아이들의 어깨가 동시에 움찔했지만

유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걸 본 선생님이 앞에서 말했다.

“멈춰 있으면 더 불안해요.

걸으면서 상황을 보고 생각합시다.”


그 말에 아이들은 한 번 더 숨을 삼키고

다시 발을 내디뎠다.


도시 중심부로 향하는 큰 도로는

차량들이 뒤엉켜 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대형 트럭이 도로 한복판에서 기울어져 있어

철판이 반쯤 뜯겨 나가 있었고,

옆에 있던 승용차 세 대는 서로 밀려 붙어

마치 하나의 금속 덩어리처럼 뒤틀려 있었다.


하린은 그 광경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급했을까…”


그 말은 누구에게도 대답을 바라지 않았지만

유리는 조용히 대답했다.


“두려움 앞에서는

다들 멈추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해.”


아이들 중 한 명이 앞쪽 차량 틈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몸을 뒤로 뺐다.


“누나… 여기요.

차가…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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