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3화. 추적의 그림자
유리와 선생님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차창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살아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얼굴은 평온했지만 피부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가에는 말라붙은 먼지가 얇게 층을 이루고 있었다.
하린은 가슴이 쿡 하고 아파왔다.
이것도… 사람의 마지막 흔적이겠지.
선생님은 짧게 기도하듯
숨을 고르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유리는 한동안 그 사람을 지켜보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오래 머물면 안 돼.
벌레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어.”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옆 건물에서
바삭—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또… 벌레?”
남학생들이 몸을 움찔했지만
유리는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려
“괜찮아” 하는 듯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건물 안쪽의 그림자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유리는 그 방향으로 오래 시선을 두지 않고
다시 길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비가 되어 있는 차를 찾자.
우리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 말에 남학생들이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차량 문을 열어보고,
누군가는 연료 탱크를 살피고,
또 누군가는 배터리를 확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는 이미 오래전 생명을 잃은 기계처럼
깊이 식어 있었고, 간혹 시동이 들어오는 차도
잠깐 부릉— 하다가 금방 조용해져 버렸다.
“유리 누나! 이건요?
이 차는… 시동이 늦게나마 걸리긴 해요!”
한 남학생이 손을 흔들었다.
유리와 선생님, 그리고 하린이 그 차 쪽으로 다가갔다.
브랜드 로고가 지워진 오래된 SUV.
공기 중에 오래 방치된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실내는 놀랄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유리는 조심히 운전석을 열었다.
“냄새가… 안 나.
벌레가 다녀간 흔적도 아니야.”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선생님은 시동 버튼을 조심스레 눌렀다.
부릉— 부르르릉…
엔진은 오래된 목소리를 내며 간신히 깨어나
발작하듯 떨었지만 결국 안정적인 소리를 냈다.
아이들은 거의 환하게 웃었다.
“살았다!! 여기도 운 좋다!”
하린은 두 손을 모아 작은 숨을 내쉬었다.
“…감사해요.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유리는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우리… 부지런히 가야 해.
벌레가 늘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는 한순간 멈추고 멀리 지나온 길을 바라보았다.
하린이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래요, 유리 언니?”
유리는 짧게 대답했다.
“우리 뒤를… 누가 따라오고 있어.”
아이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추적자.’
그 단어는 아직 말로 나오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SUV를 움직일 수 있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알고 있었다.
행운은 길을 여는 것뿐.
그 길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
SUV 엔진이 힘있게 다시 울렸다.
도로 위의 긴 그림자들이 천천히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위협,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
그들은 몰랐지만, 그 순간 이미 추적은 시작되고 있었다.
SUV는 조심스럽게 도심을 빠져나와 터널 근처까지 이동했다.
터널 입구 가까이에 다다르자 유리는 익숙한 듯
차창 밖 풍경을 살폈다.
그곳에는 오래된 테라스가 있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바람에 떨어져 나간 간판 글씨들 사이로
오직 한 단어만 또렷히 남아 있었다.
희망.
하린은 그 단어를 보고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여기… 이름 참 좋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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