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화 터널 앞 카페 ‘희망’

by 산여울 박유리





《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4화 터널 앞 카페 ‘희망’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잠시 쉬어가기엔 딱 좋은 곳인 것 같네.”


SUV를 카페 앞에 세우고 전부 차량에서 내렸다.


카페의 반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빛이 스며들며

곳곳에 쌓인 먼지들을 은빛으로 반짝이게 했다.


유리는 열려 있는 창문 사이로 무언가 스치는 기척을 느꼈다.

“잠깐만.”


그녀가 손을 들어 아이들과 선생님을 모두 멈춰 세웠다.


그때—

카페 유리창 안쪽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처음엔 벌레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모두가 긴장했지만 곧, 그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사람이었다.


키가 큰 청년.

그리고 그 옆에 선 짧은 머리의 소녀 하나.

그들은 천천히, 경계하는 듯 조용히

카페 문 앞까지 걸어 나왔다.


유리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청년은 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돌아왔군요.”


그 한마디는 유리를 아는 사람의 말투였다.

하지만 유리는 그들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었다.


그때 여자가 말했다.

“우린 이곳으로 당신들이 지나가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말에 유리의 눈썹이 천천히 올라갔다.

“우리를… 기다렸다고요?”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단단한 결심이 느껴졌다.

“말로 설명하면 길어요. 안으로 들어오시죠.”


카페 문을 열자 낡아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카페 내부는 상상과 달랐다.


바닥은 깨끗이 쓸어져 있었고

테이블도 일정한 간격으로 정리돼 있었다.


유리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긴… 사람이 살았던 곳이네요.”


청년이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이 저희 둘입니다.”


소녀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솔이에요.”

“저는 재온입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낯선 상황임에도 재온과 솔의 목소리에는

적대적인 기척이 전혀 없었다.


유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직접적으로 물었다.

“우리를…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재온은 잠시 침을 삼켰다.

그의 눈이 유리와 마주치자 미묘하게 흔들렸다.

“당신들이… 텐트도 없이 터널에서 잤던 날.

그 밤에, 우린 근처에 있었습니다.”


하린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럼… 그때 소리 들렸던 거…?”


유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날… 누군가가 우릴 보고 있었다.’

솔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당신들이 향기를 퍼뜨릴 때… 우리가 그 향기를 맡았어요.”

재온은 창밖의 터널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엔 두려웠어요. 그 향기가…

마음속에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 버리니까.”


그 말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향기는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그가 가진 마음을 드러낸다.


솔이 말했다.

“하지만… 그 향기 때문에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어요.”

재온은 솔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당신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유리는 조용히 묻는다.

“왜요?”


재온과 솔은

서로의 손을 잠시 잡았다가 놓았다.

그리고 재온이 마침내 대답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브런치북] 황명터널 장편소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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