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5화. 새로운 동료
재온과 솔은 말했다.
“우리도…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요.”
유리는 정유병을 손에 들고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유를 원하는 사람은 많아요.”
솔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향기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향기를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준비돼 있네요.
그럼, 우리의 동료가 되세요.”
"허락해 줘서 고맙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선생님이 물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신 건가요?”
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터널에서 향기를 맡고… 여기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숨어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유리가 물었다.
“그동안… 괜찮았어요?”
재온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재난 이후, 저는 터널로 도망쳤습니다.
그 후로는 계속 숨어 지냈습니다.
하지만 밤마다—
벌레들의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솔이 이어서 말을 했다.
“터널 앞에 쓰러져 있던 저를 재온오빠가 구해주셨어요.
그 후로 계속 같이 있었어요.”
밤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상했지요.”
유리는 그 소리를 알고 있었다.
벌레가 만들어내는 그 기묘한 울음소리를...
재온이 낮게 말했다.
“얼마 전, 향기가 퍼진 날—
처음으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유리는 정유병을 바라보았다.
“이 백합향기 덕분이군요.”
그때 같이 있던 남학생이 환호를 질렀다.
“선생님! 카페 뒷쪽에 방 있어요!”
아이들 사이에 작은 웃음이 퍼졌다.
오래된 공간에 ‘사람의 온기’가 다시 살아났다.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사람은… 함께 있을 때 살아갑니다.”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같이 가는 거예요.
이제 두 분도… 혼자가 아니에요.”
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있고 싶습니다.”
잠시 후— 그들 몇이는 카페 밖 테라스로 나왔다.
터널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앞으로의 길은 더 험해질 겁니다.
터널은… 변하고 있습니다.”
“변한다고요?”
“네. 벌레들이 환경을 바꿉니다.
길도… 막혔다가 열리기도 하고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재온이 숨을 삼켰다.
“그럼 우리가 들었던 소리도…”
“그 영향일 겁니다.”
유리가 단단히 말했다.
“그래서 더 빨리 움직여야 해요.
벌레가 향기에 적응하기 전에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우리가 위험해지는 거예요?”
유리는 하린과 솔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대답했다.
“하린아, 그래도 괜찮아. 우리는 향기를 가지고 있잖아.
그리고… 믿음도 있어.”
“솔이씨, 정유는 ‘힘’이 아니라… ‘빛’이에요.”
그때—
바삭—
쓱—
바스락…
카페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스며들었다.
터널 입구 쪽 그림자가 스르륵 움직였다.
유리는 정유병 뚜껑을 살짝 열었다.
백합 향이 퍼지는 순간—
그림자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재온이 숨죽여 말했다.
“…향기만으로도 막을 수 있네요.”
“잠깐뿐이에요.
곧 익숙해질 거예요.”
선생님이 덧붙였다.
“벌레는 빠르게 변합니다.”
유리도 옆에서 또렷하게 말했다.
“우리도 서로를 지켜요. 그리고 향기를 지켜요.”
그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우린 숨지 않아.
계속 앞으로 가야 해.”
그날 밤—
아이들과 재온, 솔은 카페 안쪽 방에서 잠들었다.
방이 조금 좁았지만,
그래도 옹기종기 모여서 모처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선생님과 유리는 잠들지 못하고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늘어나니 책임도 커지겠죠.”
유리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도 이제 알아요.
이 길은… 혼자 못 가는 길이라는 걸요.”
다음 날—
하늘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부산의 도시 모습은 이제 온전하지 않았다.
벌레들이 파고든 자리들은 무너지고 기울어져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탓에
먼지와 바람들로 도로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리일행은 사람을 찾아서 계속 걸었다.
앞서 걸어가던 남학생이 말했다.
“벌레들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 말에도 유리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움직이니까, 저것들도 움직이는 거야.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살리고, 마음을 밝히고, 깨워야 해.”
그때—
앞쪽에 버려진 주유소가 나타났다.
“아! …연료.”
“멈춰요.”
재온의 말에 모두 발길을 멈췄다.
“…부글… 사삭… 스스슥…”
어딘가에서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수구 틈 사이—
검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바스락—
사각사각—
스륵—
검은 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검은 물결처럼 움직였다.
“많아… 너무 많아요…”
“여긴…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곳이라서 그럴 거야.”
“돌아가요!”
한 남학생이 외쳤다.
그때—
유리가 조용히 말했다.
“아니. 연료는 소중해. 꼭 가져가야 해.”
재온이 숨을 삼켰다.
“…그럼 우리가 벌레를 상대하는 거군요.”
유리는 대답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오늘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명터널, 황명터널2부, 새로운동료, 재난소설, 감성소설, 판타지소설, 웹소설연재, 브런치작가, 창작소설, 감정서사, 인물중심, 생존이야기, 희망의향기, 정유, 백합나무, 터널세계관, 인간과벌레, 연대와동행, 성장서사, 몰입감있는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