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6화. 희망을 가지자

by 산여울 박유리




《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6화. 희망을 가지자




유리는 정유병의 뚜껑을 열었다.


딸깍—


백합 정유 향기가 부드럽게 흘렀다.
따뜻한 빛처럼 향기가 퍼지자—


벌레들이 치지직—
검은 파도가 뒤틀리며 서로 엉켜 붙다가,
겁에 질린 듯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재온이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향기에서… 도망가고 있어요…”


검은 물결같은 덩어리는 물러나는 듯했지만,
그 움직임은 다시 서로 엉켜 붙은 덩어리가 되어 움직였다.


그때, 검은 덩어리 하나가 바닥을 튀어 오르듯 솟구쳤다.


슉— 툭—!


덩어리는 유리 일행을 향해서 곧장 날아왔다.


“유리 누나—!! 피해요.”


그 순간, 유리의 손끝에서는 정유가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아주, 아주 작은 금빛 점이 한 방울 떨어지자
벌레들은 그 빛을 이겨내지 못했다.


또르르 툭—


퍼엉! 타닥타닥타닥…


작은 소리와 함께 벌레들은 정유에 녹아 내리듯

서서히 그 흔적만이 까맣게 남겨지고 사라졌다.


재온과 솔은 처음 보는 광경에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 버렸다.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건… 이건 뭐예요. 공격도 아니고…
왜… 왜 이렇게 사라지는 건…”


유리는 숨을 조금 고르고 정유병을 닫으며 조용히 말했다.
“벌레들은 이 향기에 도망쳐요. 죽이려면 직접 떨어뜨려야 해요.”
“그리고 이 정유는 내 안의 어둠과 마주해요. 그건 스스로 이겨내야 해요.
선택의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온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저 벌레들은… 독 같은 건가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독은 있어요. 하지만 그 독과 함께 살면…”
그의 눈빛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을 보는 듯했다.
“…결국 자기 자신을 해쳐요.”


그때 재온이 바닥을 손전등으로 비추더니 말했다.
“아직… 한 덩어리가 남아 있어요.”


그 덩어리는 다른 것들과 달리 향기를 피해 도망가지 않았다.
유리는 아주 가까이 다가가 그 위에 정유를 한 방울 떨구었다.
정유 방울이 닿는 순간—


스르르… 사라졌다.


“이제… 연료를 찾읍시다.”


정유의 불꽃이 지나간 자리엔 희미한 금빛 가루만이 남아 있었다.


“기름통 뚜껑을 한 번 열어볼게요.”


남학생이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었다.
“있어요! 연료가… 아직 남아 있어요!”


“이 연료… 버스나 차에 싣고 나르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 향기를 전할 수 있겠죠?”


유리는 잔잔히 미소 지었다.
“그래. 이건 단순한 연료가 아니야.”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길을 내주는 발자국이 될 거야.”


연료가 하나둘 채워질 때마다 희망 같은 금속 소리가 났다.


챙—
챙—


마치 빛이 담기는 소리처럼 들렸다.


“유리 씨.
이걸로… 부산 남쪽 전체를 돌아볼 정도는 될 거예요.”


남학생이 팔을 걷고 말했다.
“이제 차만 찾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어요!”


그 활기찬 목소리는
폐허 속에서도 살아 있는 싹처럼 들렸다.


연료통은 무거웠지만,
누구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묵직한 통을 든 손. 그 손에 힘을 주는 마음.
그 마음이 정말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순간,
그들의 발끝 아래 작은 소리가 났다.


바스락—


비에 젖어서 구겨진 종이 한 장.
유리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글씨는 빗물에 번져 있었지만 몇 글자는 분명했다.


“신의 향기를 확보하라.
대상: 유리.”


바람이 순간 멈춘 듯했다.


선생님이 종이를 받아들고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유리 씨를… 추적하고 있어요.”


재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인간의 손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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