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 터널 장편소설 2부》
8화. 폐쇄된 병원
병원 건물은 불 꺼진 채로 우뚝 서 있었다.
주차장에는 버려진 구급차와 차량이 채워져 있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기대하는 곳 병원이,
지금은 두려움이 고여 있는 곳이었다.
하린이 속삭였다.
“…느껴져. 공기가 달라.”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이 오래 머무른 곳은, 벌레들에게 좋은 곳이 돼.”
선생님이 손전등을 켰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에 터널에서부터 동행한 남학생들까지 긴장했다.
그 순간, 누군가 안에서 뛰쳐나오며 외쳤다.
“들어오지 마!!!
여기 들어오면… 안 돼. 감염된 사람들… 가득해…”
“우리는 싸우려고 온 게 아니에요.”
“싸우려고 온 게 아니라니? 여기에 들어오면 죽어!”
유리는 정유병을 천천히 꺼냈다.
남자는 움찔했다.
“그거… 그 병…”
“정유향기예요.
잠시 마음을 드러내지만, 몸이 치유가 될 거에요.”
유리는 뚜껑을 살짝 열었다.
남자의 마른 손이 허공에서 멈춘 채로 천천히 내려왔다.
“…네, 알겠어요. 들어오세요.”
남자가 길을 열었다.
계단은 어둡고 축축했다.
3층에 올라왔을 때, 누군가의 속삭임 같은 소리가 들렸다.
스슥— 스슥—
벌레가 벽을 타고 이동하는 소리였다.
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위험합니다.”
“우리가 온 이유를 잊지 마세요 선생님.”
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침대에 앉은 젊은 여자가 유리를 보자마자 울부짖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계속 잠만 자요… 일어나질 않아요…”
아이의 피부는 창백했고,
목 부분에 작은 검은 점이 보였다.
하린이 머뭇거리며 속삭였다.
“저건… 벌레가 들어간 곳이죠?”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무섭다고요… 아이를 잃을까 봐…”
유리는 병을 열었다.
사락— 향기가 퍼졌다.
아이의 몸이 작게 떨리더니,
검은 점이 천천히 사라졌다.
아이가 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머니는 아이를 와락 안았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유리는 정유를 손끝에 살짝 찍어서
아이의 목에 발랐다.
부드럽게 스며들듯이 정유가 아이의 몸속으로 스몄다.
조금 후 아이가 조용히 눈을 떴다.
그 모습에 아이를 껴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그때 하린이 외쳤다.
“벌레가 저기에 있어요!”
선생님이 정유병을 열었다.
향기가 닿자 벌레들이 앞뒤로 갈라지며 도망쳤다.
유리는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망치는 쪽을 쫓으면 안 돼요.”
“왜죠?”
“벌레는 마음의 그림자를 따라가요."
"그림자를 쫓는 건, 두려움을 쫓는 것과 같아요.”
그들은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병원을 나와서, 그들은 다시 차량에 올랐다.
유리는 창밖을 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더 이상 숨을 공간도, 뒤로 갈 길도 없었다.
남은 건 앞으로 가는 길뿐.
병원을 떠난 차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그쳤고,
노란 가로등이 깜박이며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하린은 창밖을 바라보다 말했다.
“이제 병원에도 향기가 퍼졌겠죠.”
유리는 조용히 답했다.
“향기는 그곳을 기억할 거야.”
유리는 뒷좌석에서 지도에 표시를 했다.
그동안 다닌 곳을 모두 표시하고
간단하게 메모도 했다.
“다음은 서면 쪽으로 가요. 사람이 많은 지역이죠.”
그때였다.
쿵!
차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선생님이 브레이크를 끽, 밟았다.
“뭐야…?”
어둠 속, 차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흙 묻은 옷, 갈증으로 갈라진 입술.
하지만 눈만은 또렷했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내놔.”
유리가 차 밖으로 내렸다.
“무엇을 말씀하시나요?”
남자의 시선이 유리가 들고 있는 정유병으로 향했다.
“그거. 그 향기.”
남자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렸다.
“난 그 향기를 알아. 병원에서 봤어.”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향기는 누군가가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네가 뭔데? 왜 너만 갖고 있어?”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나도 받을 자격 있어!
난 누구보다도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어!”
남자가 손을 뻗었다.
“내놔!! 당장!!!”
그 순간, 유리는 정유병 뚜껑을 조금만 열었다.
정유 향. 바람에 스치는 것처럼 가볍게 퍼졌다.
남자가 움찔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드러났다.
‘나는 살고 싶어.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벌레보다 더 냉정한 속삭임.
남자는 점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래… 왜 나만 안 되는 거야…”
유리는 조용히 말했다.
“향기는 욕망을 채워주지 않아요.”
남자의 눈동자가 미친 듯 흔들렸다.
“그렇다면— 빼앗으면 되잖아.”
남자가 뛰어들었다.
선생님과 남학생들이 몸을 막으려 했지만,
남자의 팔이 빠르게 휘둘렸다.
퍽!
남학생 하나가 넘어졌다.
하린이 외쳤다.
“그만해요!”
남자는 유리의 손목을 잡았다.
“내 거야… 이건 내 거라고!”
유리는 뚜껑을 완전히 열어서 정유를 남자의 손에 떨어뜨렸다.
정유향기가 남자의 얼굴을 스쳤다.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항상 빼앗겨왔지…
아무도 나를 선택해주지 않았어…’
남자는 무너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 나도… 살고 싶었어…”
“살고 싶은 마음과 빼앗고 싶은 마음은 달라요.”
남자의 숨이 고르게 바뀌었다.
검은 기운처럼 보였던 것이 점점 사라졌다.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유리는 부드럽게 웃었다.
“당신은 스스로 깨달은 거예요.”
남자는 눈을 감고 조용히 울었다.
나는 가지 끝에서
겨우겨우
달려 있다.
어느 누군가가 다가와
나를 흔든다.
나는 떨어지기 싫은데,
이건,
까치 몫이다.
제발…
그냥 가라.
(2026년 4월 1일 아침의 마음)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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