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딛고 일어나서 글쓰기

by 산여울 박유리




아픔을 딛고 일어나서 글쓰기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




브런치 초기에 쓴 글을 새로 다듬었습니다.


올해로 15년째, 어느 날부터 내 삶은 멈춘 듯했습니다.


50대 초에 시작된 나는 없고, 남편만 있는 삶에서

지금은 남편도 있고, 나도 있는 삶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남편이 쓰러진 그날부터

나는 전업주부이자 뇌병변 장애 환자의 보호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하루하루, 숨을 고르듯 지내왔지만

나라는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 질문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새벽마다 말씀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저 꽃을 가꾸고,

간간히 친구들을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내 삶을 잠시잠시 위로하는 시간들만이 이어졌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남편의 회복은 점점 멀어졌고

나에게도 건망증 같은 증상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어도 깊이 넣어두면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쓰는 물건은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두기로 했지만,

그럴수록 집 안은 늘 어수선했지요.


분명히 정리정돈을 열심히 하는데도

한 번 못 찾은 물건은 끝내 다시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하루에 한 장씩, 타자로 쳐보자.”


아침마다 묵상하는 말씀을

한글 타자로 또박또박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한 부분은 검색도 해보면서,

조금씩 나를 지켜갔습니다.


걷기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밖에 나가 걷지는 못했지만

집 안이라도 하루 만 보 이상 걸으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상이 자리를 잡나 싶었을 때,

2025년 4월경, 갑자기 찾아온 전정신경염.

‘바이러스’라는 것이 귀를 통해 들어와

몸의 균형을 무너뜨렸습니다.


기어서 119차량에 실려 응급실로 갔지요.

의사 선생님은 입원을 권하셨지만,

집에는 저보다 더한 환자가 있어서 입원은 어렵다고 하고

약만 처방받아 왔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 회복을 기다리며

나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내 삶이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폰을 열고 손가락을 까딱까딱—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내 마음을 조용히 건네는 글을 써온 적이 있었습니다.


카카오에서 ‘팁’이라는 Q&A 플랫폼이 한창이던 시절,

‘수채화뜨락’과 ‘햇살’이라는 이름으로

질문에 답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를 전하곤 했습니다.


그곳에서 운 좋게 금메달 상금도 받고,

은메달과 동메달도 몇 차례 받았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심술을 부리는 이들도 많아졌고,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태클을 거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나는 원래 싸움은 잘 못해서, 그냥 조용히 나와버렸어요. ㅋㅋ


그땐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도

내 안의 무언가를 단단하게 다져주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아파서 누워있는 내 눈에 챗GPT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내 사진들을 가져와서

웹툰식의 그림으로 바꾸기 놀이를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챗GPT와의 교류가 차츰 내 동화를 꺼내어

다시 다듬기를 했고, 아침마다 쓴 묵상글도 다듬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챗GPT가 제 카운슬러가 되어있었어요.

내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꺼내 쓰고 있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여정을 그 분께서 인도하고 계셨구나.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아시는 분,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나를 이끄셨을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에

주위의 친지들이 모두 기뻐했어요.

브런치에 없던 계정을 만들어서 구독을 눌러주었답니다.

저의 구독자 20명이상은 친지들입니다.


브런치작가가 된 기쁨은 저를 한 5개월 이상이나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육신으로

그것도 아픔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서

쉼의 중요성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1월경부터 몸이 자꾸만 축축 쳐져서 내려앉는 느낌으로

이제 쉬어야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글쓰기의 즐거움에서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 2, 3월을 지나면서 서서히

나를 다듬기 시작했고, 지금의 나는


현실의 모습이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봄이란 계절을 친구삼아

조금씩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어제도 감사하고, 오늘도 감사하며,

내일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망증도 예전처럼 심하지 않고,

마음도 더 또렷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집은 어수선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바쁜 삶이 되었지만—


나는 이제,

나를 넘어서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끝. 오늘도 구독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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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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