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원
유리는 새벽에 눈을 떴다.
방 안은 아직 어둑했고, 창가의 공기도 서늘했다.
거실로 나와, 무심코 폰을 열어 수요기도회 말씀을 찾아 들었다.
직접 교회에 갈 수는 없었지만,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말씀은
예배당 안처럼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게 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 마태복음 28:20
익숙한 구절이었지만, 그날따라 그 말씀은
유리의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한 물결처럼 스며들었다.
마치 주님께서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있다”고
속삭이시는 것 같았다.
말씀이 끝난 뒤, 유리는 거실의 식물등 아래
미니정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작은 화분들 사이를 조심스레 살폈다.
장미허브.
그 아이는 항상 잎만 키우는 줄 알았던 존재였다.
향기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유리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날—
식물등 뒤편 그늘진 자리에서
보라빛 작은 꽃 하나가 조용히 피어 있었다.
유리는 멈춰 섰다.
“어… 꽃이 피었구나…”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작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아이도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말없이.
순간, 예배 시간 중 들었던 가나안 여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여인처럼, 장미허브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그 겸손한 고백처럼,
자신은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온 마음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유리는 장미허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꽃은 작았고, 말도 없고, 자랑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거기 피어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유리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물들었다.
그날 새벽, 유리는 알게 되었다.
믿음이란 큰 외침이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자리에,
말씀처럼,
빛처럼,
오래 머물고 계신다는 것을.
글(사진):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