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좋다, 멘탈이 터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해 왔다.
멘탈이 좋다는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일까, 아니면 무너진 뒤에도 빠르게 다시 일어나는 힘일까
20대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를 잘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공부를 하며 멘탈이 심리적 강인성과 회복탄력성이라는 서로 다른 능력의 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교사가 된 이후에는 그 두 가지 모두가 시간이 지나며 닳아간다는 감각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교직에 들어온 지 7년 남짓. 계약제로 5년을 보내고 정교사로 2년을 지내는 동안, 멘탈은 단단해지기보다 오히려 잘게 깨지는 쪽에 가까웠다. 교직 4년 차, 두 번째 학교에서 계약제 3년 차를 보내던 해에는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올해까지만 하고 연장 계약 없이 그만두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했고, 실제로 한 학기는 진지하게 그 선택을 고민했다. 결국 남게 된 이유는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선배와 동료, 그리고 학생들이었다. 1년만 더 해보자고 스스로를 유예했고, 그다음 해 담임을 맡으며 예상보다 많은 즐거운 기억을 남긴 채 정교사가 되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정말 그만두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했을까. 아마 한 두 해를 방황했겠지만 결국 다시 교사를 했을 것 같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다 보니 전철역이나 음식점, 서점에서 졸업생들을 마주친다.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얼굴들을 볼 때면 고맙고,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교사라는 직업이 남기는 것은 성과보다 관계라는 사실을 그때마다 실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멘탈 업데이트 중'은 마치 내 이야기 같다. 이 책은 교사의 멘탈을 관리의 대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상태 그대로 교사의 삶과 수업, 관계를 꺼내 놓는다. 초임과 경력이라는 위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글들에는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수업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 교실로 들어가기 전 마음이 먼저 지치는 순간, 잘 준비한 수업이 기대만큼 닿지 않았을 때의 허탈함.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교실로 들어가게 만드는 아주 작은 계기들이다.
책 속 교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수업은 기술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삶과 수업이 분리될수록 수업은 더 어려워진다고. 교사의 태도와 삶의 결이 결국 교실로 스며든다고.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완벽한 수업 설계가 아니라 교사가 어떤 사람으로 교실에 서 있었는가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흔들리면서도 교사로 산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교단에 다시 선다는 선택이 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보다는 동료에 가깝다. 읽는 동안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고, 동시에 ‘그래도 계속 가고 있는 중이구나’라는 확인을 받는다. 교사이기 전에 나로 존재하고 싶었던 마음, 연구원을 꿈꾸다 과학 교사가 된 나, 아이들을 가르치며 오히려 내가 자라고 있다는 감각. 이 감정들이 개인의 실패담이 아니라 교직이라는 삶의 보편적인 풍경임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멘탈이 좋다는 것은 아마 무너지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깨지고, 다시 붙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작아지더라도 계속 교실로 돌아오는 선택에 가깝다. '선생님은 멘탈 업데이트 중'은 그 선택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존중하는 책이다. 흔들려도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지금의 상태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기록이다.
누군가로 인해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괜찮다. 흔들림은 결국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