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단순히 피로의 상태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나를 깨우고 다시 나아가게 만든다."
— 엘리자베스 길버트
이 문장은 번아웃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설명이 아니라 확인처럼 다가온다. 지쳐서가 아니라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이 무너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에서 다루는 여러 심리 상태 가운데 번아웃에 대한 장이 특히 오래 남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 책은 번아웃을 단순한 과로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일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될 때 문제가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하루의 근무 시간이 끝나도 생각은 끝나지 않는다. 퇴근 이후에도 다음 날의 일, 해결되지 않은 관계, 미뤄둔 결정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점유한다. 쉬고 있어도 일은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가고, 그렇게 하루는 다시 다음 날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책 속 사례라기보다 이미 익숙해진 생활의 감각에 가깝다.
책에서 설명하는 번아웃의 흐름은 극적인 붕괴가 아니다. 감정은 조금씩 닳고, 동기는 서서히 옅어지며, 자기 효능감은 조용히 줄어든다. 겉으로는 일을 해내고 있지만, 안쪽에서는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사라진다. 그래서 번아웃은 종종 늦게 발견된다.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공감이 깊었던 지점은 번아웃이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쉬고 있었지만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경험은 낯설지 않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가져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채워지지 않는다. 책은 이를 신체적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이 삶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 상태로 짚는다. 그래서 신체적인 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이유가 뒤늦게 이해된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번아웃의 원인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나의 기준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어떻게 보일 지를 먼저 계산해 온 시간들이 쌓이며 의미는 점점 흐릿해졌고, 그 공백이 번아웃이라는 심리 상태로 드러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번아웃은 과로의 문제가 아니라, 남의 기대에 맞추느라 나 자신을 계속 억누르며 살아온 결과처럼 느껴졌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은 자기 파괴의 길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그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 에크하르트 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