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교사도 학생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그럴까.
우리는 반복을 쉽게 의지의 문제로 설명한다.
각오가 부족해서, 마음이 느슨해서, 집중하지 않아서.
그래서 반복 앞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이번에는 꼭 고쳐라.”
“다시는 그러지 마라.”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고 반복이 사라지는 장면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릴 때의 나는 학교 생활을 썩 잘 해내는 아이는 아니었다.
숙제는 종종 잊었고, 준비물은 꼭 한두 번씩 빠졌다.
발표 순서가 다가오면 목이 먼저 굳었다.
그 일들은 매번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항상 비슷한 날, 비슷한 상황, 비슷한 조건이 겹칠 때만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알아볼 만큼 그때의 나는 충분히 어른이 아니었다.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계획을 잘 못 지키는 성격이고, 긴장에 약한 편이라고.
반복은 성격이 되었고, 성격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결론이 되었다.
그 결론은 편리했지만 동시에 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왜 항상 그때였을까.
왜 다른 날은 괜찮았는데 꼭 그날만 흔들렸을까.
집에서는 괜찮았는데 시험 앞에서는 왜 늘 실수할까.
반복이 우연이 아니라면 그 반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시험이 끝난 뒤마다 더 또렷해졌다.
시험을 망치고 나면 나는 늘 다짐했다.
다음에는 미리 시작하겠다고. 이번에는 계획대로 해보겠다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시험 기간이 다시 오면
공부를 미루는 방식도
특정 과목만 붙잡는 습관도
막판에 몰아서 하다 지치는 패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었다.
후회와 계획은 매번 새로웠지만
시험을 맞이하는 나의 하루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 불안해질 때 선택하는 과목, 책상 앞에 앉는 순서까지.
바뀐 것은 다짐의 문장뿐이었고, 바뀌지 않은 것은 반복을 만들어내는 조건들이었다.
교사가 된 이후 이 느낌은 교실에서 더 선명해졌다.
늘 같은 시간에 지각하는 학생
교실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학생
시험이 끝날 때마다 반성문처럼 계획을 써 오지만
다음 시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맞는 학생.
우리는 그 장면을 자주 본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묻는다.
“왜 또 그랬니.”
하지만 교실에서 반복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학생이 반복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조건이라는 점이다.
같은 시간표, 같은 일정, 같은 압박과 기대 속에서
학생은 늘 같은 선택지로 밀려간다.
그 선택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급할수록, 간절할수록
선택지는 점점 좁아진다.
이 행동은 의지의 실패일까, 아니면 구조의 결과일까.
이 실수는 고쳐야 할 성격일까, 아니면 조정해야 할 조건일까.
이 질문은 교사의 역할을 바꾼다.
학생을 다그치는 사람에서 반복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살피는 사람으로.
교실은 더 이상 결심을 요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반복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재배열하는 공간이 된다.
반복을 의지로만 설명하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단서를 놓친다.
학생은 반복의 존재다.
그리고 그 반복은 대개 사람보다 환경과 조건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우리가 먼저 바꿔야 할 것은 학생의 의지일까.
아니면 그 마음이 매번 같은 선택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조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