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이나 사람이 못마땅할 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싫은 것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사한테 심한 꾸중을 들은 후,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두고두고 곱씹는다. 그리고 스스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각인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 험난한 세상을 누가 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싫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그것들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둔감하게 살아야 한다. -와타나베 준이치
최근 응원하던 야구팀(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좋다. 오랜만에 야구 경기 영상을 보다 보니 내 교직 생활이 종종 프로야구의 마운드 위에 선 투수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느덧 학교 생활이 10년 가까워지는 불혹인데, 내 교직 생활이 신인 투수와도 같아 아직 멀었다란 생각이 든다.
갓 입단한 신인 투수는 늘 전력투구를 한다. 단 하나의 안타나 볼넷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 공 하나하나에 집중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안타 하나만 허용해도 금방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실점에 긴장한 나머지 경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신을 쉽게 소진시키고, 작은 실수에도 지나치게 민감해져 경기를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오랜 경험을 지닌 베테랑 투수는 조금 다르다. 그는 때때로 안타를 맞고, 점수를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베테랑 투수는 한두 번의 실수나 위기 앞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안타를 허용하는 것이 야구 경기의 일부분이며, 자신이 모든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능력, 작은 위기에도 담담히 다음 타자를 준비하는 여유, 한 시즌이라는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키는 자기 관리야말로 베테랑 투수의 진정한 가치이다.
야구나 인생, 그리고 교사 생활 역시 비슷한 면이 많다. 완벽한 수업, 완벽한 업무 수행, 완벽한 인간관계를 목표로 하며 스스로를 끝없이 채찍질한다. 그럴수록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마음을 졸이고, 주변 사람의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린다. 학생과의 관계에서 작은 갈등이 생기거나, 학부모와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겪게 될 때, 혹은 예상치 못한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나 상사의 지적을 받을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비난하고 조급해진다. 마치 신인 투수가 작은 안타 하나에 흔들리듯, 우리의 예민한 마음은 때로 자신을 갉아먹는다.
우리는 때로 조금 더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결국 상처받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조차 지나치게 깊이 받아들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힘마저 잃고 만다.
물론 다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樂)”이라는 말처럼 편안함이 자신을 나태하게 만들거나 성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성장은 긴장과 휴식, 노력과 쉼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가장 건강하게 지속된다. 휴식이란 나태함이 아니라 다시금 창의적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다. 마음의 긴장을 풀고 조금 무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은 오히려 더 큰 발전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라 순간의 집중, 장시간의 꾸준함을 위해선 약간의 둔감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금은 여유롭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으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직장이나 교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내 뜻대로 조정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상황을 조금 더 둔감하게 바라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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