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성장학교를 통하여 수업 성찰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이기도 하고,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즐겁던 한 주는 쓸 내용도 쓰고 싶은 내용도 많다. 요즘 지필평가 이후 체육축제나 학교 행사 등으로 수업이 잘 진행이 안되다 보니 혹은 수행평가로 수업 진행이 더디다 보니 성찰 일지를 쓰는 것이 약간 곤혹스럽기도 하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앞두고 던진 말이 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적인 고민이다. 지난 주말 밤늦도록 한 주간의 수업 성찰 일지를 작성하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과연 제대로 성찰하며 살고 있을까? 공교롭게도 2500년 전 중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공자의 제자 증자였다. 그는 매일 밤 세 가지를 자문자답했다. "오늘 누군가를 위해 성의껏 일했나? 친구들과 약속을 잘 지켰나? 배운 걸 제대로 익혔나?"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일일 회고 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바쁘다. 너무나 바빠서 침대에 누우면 기절하느라 생각할 틈도 없다. 공자는 이미 경고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런데 성찰이라는 게 꼭 거창해야 할까?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이라는 고전 일화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쉽게 말해 "매일매일 새로워지자"는 뜻이다. 아침마다 세수대에 글귀를 새겨 놓고, 세수하며 이 글을 보며 마음까지 씻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화장실 거울에 포스트잇을 붙여놓는 격이다. 생각해 보니 성찰은 특별한 시간을 따로 내는 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 스며들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퇴근하기 전 5분만 그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늘 누구한테 짜증 냈지? 뭔가 배웠나?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까?"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그냥 솔직한 혼잣말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며칠 하다 보니 의외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성찰은 과거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내일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준비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결국 소크라테스든 증자든 탕왕이든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냥 살지 말고 생각하고 살라고. 살다 보니 살아가지는 대로 살지 말고 내 안의 작은 변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동서양을 통틀어 한결같이 전해져 2500여 년을 버텨온 메시지다. 성찰하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답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괜찮다. 내일 또 물어보면 된다.
아 물론 수업 성찰 일지 쓰다 막혀서 쓴 주저리주저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