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반짝임

by 동네과학쌤

고백이란 무엇이었을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것은 찬란했지만 아직 여물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을 더듬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입술 위에서 수없이 망설였던 "너를 좋아해"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너'를 향했지만 실은 내 안에서 처음으로 반짝이기 시작한, 이름 모를 감정의 첫 목격이었다. 타인을 향한 속삭임이라 믿었던 그 말들이, 사실은 미완성의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비밀스러운 인정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10대 특유의 예민한 더듬거림이 필요했다.

중학교 2학년, 같은 학교였지만 마주칠 일 없던 그 아이와 옆 반이 된 것은 사소한 우연이었다. 복도에서 스치는 무수한 얼굴 중 하나, 교정을 채우는 평범한 풍경의 일부. 나는 강압에 못 이겨 참여한 방과후학교 수업의 무료함 속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 아이는 언제나처럼 성실한 학생이었다. 늘 교실 중앙에 앉아 선생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듯했던 그 아이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이미 완성된 빛을 내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봄이 지난 초여름 오후였다. 그날따라 그 아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루한 수업 시간, 무심코 기지개를 켜다 창가에 앉은 그 아이를 보았다. 늦은 오후, 기울어진 햇살이 창문을 넘어 액체처럼, 아니, 녹아내린 금가루처럼 교실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빛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부서지며 마치 수만 개의 반짝이는 벚꽃잎으로 화하는 듯했다. 현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꿈결 같은 광경이었다. 빛으로 된 무수한 벚꽃잎들이, 혹은 잘게 부서진 별조각들이 그 아이의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사르르 내려앉으며 영롱한 춤을 추었다. 창밖에서 불어온 미풍에 커튼이 살짝 흔들릴 때마다, 빛의 입자들은 더욱 생생하게 아롱거리며 그 아이를 온전히 감싸 안았다. 순간, 교실의 소음과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어지고, 세상이 잠시 숨을 멈춘 듯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 아이 주변의 공기는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듯 맑고 투명하게 반짝였다. 햇빛이 그 아이의 머릿결을 따라 흐르고, 그 틈새로 떠다니는 먼지마저도 금빛 가루처럼 흩날리며 황홀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그 아이는 마치 현실 너머 어딘가에서 잠시 내려온,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운 빛에 휩싸여 있었다. 밤색 눈동자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 찰나의 순간을, 나는 한 조각의 빛으로, 영원히 간직하고픈 10대의 반짝임으로 마음에 새겼다.

그날 이후, 그 아이는 무심했던 배경에 또렷한 등장인물로, 이내 주인공으로 변해 있었다. 햇빛 아래 꾸벅꾸벅 졸던 모습, 책을 읽을 때 습관처럼 오른쪽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의 반짝이는 움직임, 친구들 앞에서 웃을 때 가늘게 접히며 별처럼 빛나던 눈매까지. 스쳐 지나갔던 모든 순간들이 갑자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저마다의 반짝임을 머금고 다가왔다. 특히 책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그 무심한 손짓은, 마치 시간이 느려지며 반짝이는 필름처럼 가슴 한편에 아련하게 남았다. 왜 그 평범한 동작이 그토록 예쁘게, 어떤 보석보다 더 빛나 보였는지, 지금도 명확히 설명할 길은 없다. 어쩌면 10대의 반짝임이란 본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온전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무언가.

그날 이후 방과 후 시간이면 나는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듯했지만, 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그 아이였다. 오래된 교실의 형광등 불빛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그저 창백하고 무심한 조명에 불과했지만, 유독 그 아이에게만은 달랐다. 유독 그 아이의 머리 위에서는 중세 성화 속 성인들의 후광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빛의 테를 만들며 반짝였다. 하얀빛의 원이 머리를 감싸고, 은은한 빛줄기가 어깨로 흘러내리는 모습은 마치 천상의 존재를 비추는 헤일로 같았다. 세상의 모든 빛이, 심지어 낡은 형광등마저 오직 그 아이만을 위해 빛을 밝히며 반짝이는 듯했다.

그 눈부신 착각 속에서, 나의 중학교 2학년 봄날은 그렇게 설익었지만 강렬한, 10대 만의 반짝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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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을 소재로 작성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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