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사람들에게 따지고 상처 주고 반박한다면 때때로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승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결코 상대방한테 호의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친밀한 관계의 협력자 가반드시 있다. 반면, 실패하는 삶의 이면에는 거의 항상 인간관계의 문제가 숨어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원만하재 풀리지 않는다면, 먼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떤지 검토해봐야 한다.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성공의 비결을 배우기 전에 실패로 이끄는 행 동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반대로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호감을 사는 비결을 배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내 행동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중단하면 된다.
교실에서, 일상에서, 그리고 삶의 크고 작은 관계들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승리를 추구해 왔을까.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가끔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매번 학생과의 상담이나 대화에서 학생의 개별적인 상황이나 감정을 헤아리기보다는 문제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팩트체크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학생의 감정선을 읽어내는 데는 서툴렀다. 어쩌면 나는 논리적 명확성이라는 '공허한 승리'를 얻는 대신, 학생과 유대감을 형성할 기회를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해결하려 하고, 현상을 보면 원인을 규명하려 하며, 다름을 마주하면 표준으로 교정하려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해결'이야말로 진짜 문제의 시작이다. 표준화된 평가, 정량화된 성과, 매뉴얼화된 지도 방식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 '효율'이라는 벽을 세운다. 30명의 학생을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현실에서, 각각의 개별성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여유는 사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 안주하려는 내 마음가짐에 있었다.
이러한 관계 맺기의 어려움이 비단 학생들과의 사이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날카로운 지적,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는 조급함, 사실관계에만 매몰되어 감정을 간과하는 냉정함. 이런 나의 모습들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좋은 관계란 일방적인 노력이나 기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간의 이해와 존중,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조율해 나가는 과정의 산물이다.
오늘 하루도 나는 수많은 학생들과 마주했고, 각각의 만남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했다. 그 선택들이 모여 나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모든 순간에서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은 '공허한 승리'가 아니라 '진정한 호의'이다.
앞으로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자고 한번 더 다짐해본다. 그들의 실수를 지적하기에 앞서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 하고,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노력하자.
학생이 늦었을 때 그 이유를 따지기에 앞서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먼저 걱정해 보자. 과제를 하지 않았을 때 게으름을 탓하기에 앞서 혹시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친구와 다툰 학생에게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에 앞서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지 헤아려보고자.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단순히 더 친절해지는 것이 아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 더 오래 기다려주는 것, 더 섬세하게 공감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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